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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지의 숫자 너머] 부동산 포워드 가이던스

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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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주택 공급계획 밝히는 김이탁 국토부 1차관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에서 주택공급 추진상황과 향후 공급 계획을 밝히고 있다. 2026.10.16 jeong@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200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핀 키들란드 교수와 에드워드 프레스콧 교수는 정책의 시간 가변적 불일치를 지적하며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고 2022년 같은 상을 받은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실무적으로 이를 증명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그 수단 중 하나였다.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나 통화정책의 방향을 시장에 미리 제시하여 경제 주체들의 기대를 관리하는 기법인 포워드 가이던스는 2003년 앨런 그린스펀 의장 시절 처음 도입됐다. 다만 현대적인 형태의 구체적이고 강력한 포워드 가이던스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핵심 정책 수단으로 고도화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버냉키 의장 시절부터다.

그리고 로버트 홀과 마이클 우드퍼드 교수는 중앙은행과 정부 당국이 미래 정책 경로에 대해 시장과 사전 소통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이론적·수리적 기초를 완성한 공로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경제 주체들이 정책 당국의 미래 행보를 어떻게 예상하고 신뢰하느냐가 실제 정책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입증하며, 시장과의 소통 및 기대 관리가 거시경제 안정의 핵심 도구임을 밝혀냈다.

정부는 월 2회 정례 브리핑을 통해 주택공급 관련 정보와 향후 공급 계획, 공급 실적 등을 지속 공개해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원스톱 디지털 상황판'을 만들어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고 '통합 주택공급 지원센터'를 통해 공급의 걸림돌을 적극적으로 없애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부동산 포워드 가이던스의 탄생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상승 기대 심리나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포모(FOMO·소외 공포감)로 대표되는 부동산 심리는 정부에는 금융위기에 맞먹는 난제다. 국토교통부가 정례적으로 지표를 공개하고 공급 의지를 피력하는 것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공급을 늘릴 것이니 불안해하며 무리해 집을 사지 말라'는 신호를 시장에 지속해 보내는 행위다. 인허가, 착공 등의 지표를 정부가 주기적으로 정리해 설명하면 시장 참여자들이 객관적 수치에 기반해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 있고, 메시지가 반복해 전달되면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가 굳건하다는 정책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그간 숱하게 '버티면 손해'를 외쳐온 정부다. 지난 5월 기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다룬 정책 분야가 부동산이었다. 대통령부터 부동산 정책 실무자들까지 공급과 사투를 벌이며 시장 기대심리를 조정하는데 진력했다. 집값은 정부에서 나오는 말의 성찬에 눌리는 듯했지만 하락세로 꺾이진 않았다. 부동산 포워드 가이던스는 다를 것인가.

통화정책의 포워드 가이던스처럼 주택공급 정례 브리핑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강조한 신뢰성과 실행력, 정책 기준 제시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신호를 주면 실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인프라가 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발표와 실제 입주 사이에 수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정부가 브리핑을 통해 공급이 충분하다고 신호를 줬음에도 수년 뒤 실제 입주 물량이 부족하거나 정비사업 차질로 공급이 지연된다면 포워드 가이던스는 '공수표'가 되고 만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간 가변적 불일치 문제로 포워드 가이던스의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브리핑이 단순한 정부 입장의 홍보에 그치지 않고 시장 신뢰를 얻는 진짜 포워드 가이던스로 작동하려면 발표된 공급 지표가 시의적절하게 실제 주택으로 공급된다는 강력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효과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는 단순히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는 당위적 주장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인허가 수나 분양가, 금리 등 어떤 지표가 어떻게 변할 때 정부가 어떤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한 투명한 기준과 데이터를 제시할 때 시장을 설득할 수 있다. 서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가 거래량이 급증하고 집값이 불안해지자 35일 만에 번복했던 1년 전 사례는 좋은 반면교사다. (산업부 부동산팀장)

hjlee2@yna.co.kr

이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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