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레벨을 낮췄으나 크레디트물의 약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얇아진 투자심리 속에서 'AAA' 공기업들은 5년물 채권 입찰 후 유찰을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국고채 강세를 이끌면서 절대금리 레벨이 낮아진 점은 공기업의 조달 비용 부담을 소폭 낮췄으나 여전히 크레디트 시장 투자 심리는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짙은 관망세를 이어가면서 'AAA' 공사채와 은행채 수급 여건 등을 살피고 있다.
◇크레디트 약세 속 5년물 공사채 조달 흔들
20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한국수력원자력(AAA)은 채권 발행을 위한 입찰 후 2년과 3년물을 각각 2천100억원, 700억원어치 찍기로 했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2년과 3년물 각각 동일 만기 국고채 대비 35bp, 40bp 높은 수준이다.
입찰 전일 기준 한수원 2년과 3년물 민평이 동일 만기 국고 대비 43.1bp, 44.3bp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민평보다 4~8bp대 낮은 금리를 형성했다.
다만 입찰에 나섰던 5년물의 경우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한수원은 2년과 3년, 5년물을 총 3천억원 안팎으로 조달할 예정이었다.
5년물 유찰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13일 한국전력공사(AAA)와 14일 한국동서발전(AAA)이 5년물 입찰 후 해당 만기물을 찍지 않기로 했다.
공사채 지위를 가진 한전채와 달리 동서발전과 한수원은 회사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모두 'AAA' 공기업 발행 채권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의 거센 매수세 속에서 국고채를 중심으로 서울 채권시장에 강세가 엿보이기도 했으나 크레디트 시장의 투자 심리는 여전히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주까지도 다수의 공기업이 민평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 스프레드를 확정하면서 약세 기류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얇아진 투자 심리에 실수요 중심인 5년 구간은 발행 자체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크레디트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공사채는 2, 3년 구간을 중심으로만 소화되는 분위기"라며 "위험가중치(RWA)가 제로(0)이거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정도만 5년물까지 겨우 소화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5년과 3년 구간의 스프레드가 좁혀진 점도 메리트가 약화한 배경이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간 금리차는 지난달 28일 22.6bp에서 지난 16일 13.4bp까지 축소됐다.
같은 기간 'AAA' 공기업 3년과 5년물 등급민평 금리 차 역시 16.8bp에서 8.1bp까지 좁혀졌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5년물 투자심리 개선을 위해서는 3년물과의 금리가 벌어져야 할 듯하다"며 "더욱이 금리 고점을 봤다는 인식에 시장이 나쁘지는 않은데 크레디트물은 스프레드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매력을 못 느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국고채 강세가 외국인 주도로 이뤄졌지만, 크레디트 시장의 주요 주체인 국내 기관들의 경계감이 여전한 점도 관건이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외국인을 따라 강세를 쫓아가기엔 국내외 여건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한 데다 연말 북클로징 시기를 앞둔 점 등이 부담"이라며 "크레디트물을 적극적으로 담기보단 관망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주 국고채 금리가 레벨을 대폭 낮추면서 발행사의 조달 비용 상승세가 이전 대비 한풀 꺾인 점은 발행사의 부담을 완화하는 요소다.
일례로 'AAA' 공사채 3년물 민평은 지난달 28일 4.452%에서 지난 16일 4.196%로 보름여 만에 25.6bp 하락했다.
최근 높아진 발행 스프레드에도 금리 기준점 자체가 낮아지면서 지난달 대비 절대금리 상승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종합화면'(화면번호 5000)
◇시은채 경계감 속 특은채 조단위 발행
최근 크레디트 시장의 관심은 'AAA' 공사채와 은행채 수급으로 향하고 있다.
계절적으로 4분기에는 투자 수요가 더 얇아질 수밖에 없는 터라 공기업과 은행들의 채권 발행 증가가 미치는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AAA' 공사채와 은행채 발행이 상당했던 만큼 이들의 4분기 조달에 대한 경계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달의 경우 시중은행 발행물이 쏟아지면서 크레디트 스프레드를 확대하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달에도 시은채 순발행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4대 시중은행의 채권 순발행 규모는 1조7천억원 수준이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순상환 기조를 보인 것과 달리,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물량이 쏟아졌다.
한주에 2조원 안팎의 순발행 물량을 찍어내던 9월 말보다는 주춤해졌으나 여전히 조달세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특은채 물량 역시 만만치 않다.
전일의 경우 특은채 모집물만 1조원을 넘어섰다.
중금채 6천700억원, 산금채 2천400억원, 수금채 2천600억원으로 총 1조1천700억원이 전일 모집 후 당일 발행을 마쳤다.
여기에 정부보증채인 산업은행의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첨단채)가 1천300억원 모집으로 물량을 더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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