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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의장의 일정표에 숨겨진 함의…그들은 시간을 어떻게 썼나

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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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과연 시간을 어떻게 배분해서 쓸까.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끼치는 연준 의장이 제한된 시간 동안에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누구와 만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광범위하게 파악한 연구 논문이 나와 관심을 끈다.

토마스 드렉셀 미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부교수와 달리 차카제 메릴랜드대 경제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20일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제롬 파월 등 세 명의 연준 의장의 일일 일정표를 바탕으로 2만 건 이상의 기록을 포함하는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고 이들이 시간을 어떻게 배분해 활동했는지를 분석한 논문을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발표했다.

조사 대상 데이터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연준 실무진과의 회의, 언론과의 미팅, 민간 부문 대표들과의 회의, 정치권 인사들과의 회동 등이 포함됐다.

민간 부문과의 회의는 비금융 기업, 은행, 자산운용사 등으로 세분화했고, 정치권 인사들과의 회동은 대통령, 재무장관, 하원의원 또는 상원의원과의 회의로 나눴으며 세부적으로 공화당 또는 민주당 소속 인사들과의 회의로 더 구분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세계 금융 시스템의 핵심 기관인 연준의 의장이 대중으로부터 면밀한 주목을 받는 지도자일뿐더러, 연준이 수십년간 투명성 제고와 대중과의 소통 강화에 대한 요구 등에 맞춰 상당한 제도적 변화를 겪어왔다는 점에 주목해 그들의 활동 시간 배분의 의미를 파악했다.

연구진은 "연준 의장의 시간 배분을 연구하는 것은 리더십 전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연준의 제도적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면서 "케빈 워시 현 의장이 연준의 일부 제도적 개편을 공언함에 따라 이러한 분석은 더욱 시의적절한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의 연구 결과 연준 의장들에게서 확인된 활동 패턴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모든 연준 의장은 전체 기록된 회의의 30% 이상을 연준 실무진과 진행했는데, 이는 연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속 경제학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을 해석했다.

또 언론과의 소통도 매우 중시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버냉키 의장은 재임 기간 빈번하게 언론과 소통했고, 파월 의장 역시 임기를 마칠 때까지 언론과의 소통에 큰 비중을 뒀다.

아울러 의회와의 소통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특히 파월 의장의 경우 옐런이나 버냉키 의장보다 의회 의원들과 훨씬 더 많은 회의를 했는데, 이는 연준이 정치적 주체들과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세부 분석 결과를 보면 연준 의장이 연준 실무진과 함께 보낸 시간의 비중은 전체 활동에서 약 30% 정도였다.

분기당 실무진과의 회의 횟수는 60~80회에 달했는데, 이는 평균적으로 평일마다 한 번 이상 회의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무진 회의는 FOMC 회의나 이사회(Board of Governors) 회의와 같이 자주 반복되는 활동 중 하나로, 연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속 경제학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언론과 소통도 연준 의장의 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는데, FOMC 회의 직후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기자들과의 개별 또는 다자간 회의, 혹은 방송 출연 등의 형태로 이뤄졌다.

버냉키 의장은 재임기인 2010년을 기점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크게 늘리는 분명한 변화를 보였다.

2011년 4월부터 도입된 FOMC 회의 직후 공식 기자회견은 파월 의장 재임기에 빈도가 더욱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러한 공식적인 언론 소통과는 별개로 연준 의장들이 개별적으로 언론과 소통에도 큰 비중을 뒀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연준 의장들은 통상적으로 분기에 약 10회 정도 언론 관계자들을 만나 미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언론과의 소통이 증가한 것은 2000년대와 2010년대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소통 강화와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민간 부문 관계자와의 소통에도 큰 비중을 뒀다.

버냉키 의장이 특정 분기에 민간 부문과 가진 최대 회의 횟수는 24회(2008년 2분기)에 달했고, 파월 의장은 최대 19회(2025년 1월)였으며 옐런 의장은 이보다 적은 최대 12회(2017년 4분기)였다.

버냉키 의장은 재임 초기 단계에 민간 부문 관계자들과 더 자주 만났지만, 파월 의장은 재임 후반기에 이러한 회의 횟수를 늘렸다.

이는 위기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진의 해석이다.

버냉키 의장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민간 부문과 활발히 소통했고, 파월 의장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민간 부문과의 접촉을 늘렸다.

민간 부분 관계자의 대부분은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이었지만, 버냉키 의장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금융 기업인 포드와 코카콜라, 월마트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기도 했다.

아울러 연준 의장들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규제 기관들과도 수시로 소통했다.

버냉키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 당국 간의 공조 노력을 반영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이러한 회의 횟수를 늘렸다.

파월 의장은 SVB 파산 사태 전후로 규제 기관, 특히 FDIC와의 회의를 전례 없이 늘렸다.

이는 당시 연준의 금리 인상, 은행 대차대조표상의 손실,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의 역학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주요국 중앙은행, 국제기구 및 기관들과의 만남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옐런 의장이 버냉키 의장보다 더 많은 회담을 가졌고, 파월 의장이 옐런 의장보다 회담 횟수가 더 많았다.

이러한 국제적 소통의 대표적인 결과물은 중앙은행 간 스와프 라인 도입이 꼽힌다.

파월 의장은 옐런·버냉키 의장보다 정치권 인사들과 훨씬 더 많이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파월 의장은 전임자들보다 상원의원들과 두 배 이상 자주 만났다.

다만, 회동을 정당별로 분석해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 인사들과의 만남이 상당히 균형 있게 이뤄졌다.

파월 의장은 또한 재무부와도 더 빈번하게 교류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양상은 최근 들어 연준이 정치권 인사들과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음을 반영한다"고 봤다.

연구진은 파월 의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파월 의장이 버냉키나 옐런 의장보다 정치적 감각이 더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다"라며 "백악관을 비롯한 외부로부터 연준에 가해지는 정치적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파월 의장이 의회 내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선제적으로 옹호해 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연구진은 연준 의장의 시간 배분에 따른 다양한 활동이 거시경제 환경에 어떠한 변화와 반응을 끌어냈는지도 파악했다.

우선 특정 분기의 총회의 횟수와 해당 분기의 미국 실업률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조사 대상인 세 명의 연준 의장 모두에게서 양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옐런 의장의 경우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분기당 활동 횟수가 평균 9.4회 증가했다.

이러한 패턴은 경제 상황에 대한 연준 의장들의 전반적인 시간 활용의 대응성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할수록 연준 의장들은 '더 바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율은 연준 의장의 전반적인 시간 활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플레이션과 해당 분기 연준 의장 일정에 기록된 활동 횟수 사이에는 약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버냉키와 옐런 의장의 재임 기간 인플레이션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파월 의장 재임기인 2022~2023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도 양(+)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실업률과의 상관관계를 활동 범주별로 세분화해 살펴본 결과, 실업률과 총시간 활용 간의 연관성은 연준 의장들 사이에서 비슷했지만, 개별 활동 범주별로 보면 의장마다 양상은 크게 달랐다.

언론과의 소통은 파월 의장 재임기에는 경기 역행적(실업률이 높을수록 회의가 많아짐)이었고, 버냉키 의장 재임기에는 매우 강한 경기 역행적 성향을 보였으나, 옐런 의장 재임기에는 경기 순환과 유의미한 관련이 없었다.

국제회의의 경우는 옐런 의장은 경기 역행적, 파월 의장은 경기 순응적, 버냉키 의장은 경기 순환과 무관한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는 실업 발생 원인의 차이, 연준 의장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시간 배분 방식의 차이, 또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면서도 "연준 의장의 활동은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반응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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