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급 의무비율 20%·부동산 운용한도 10%…종투사 자산재편 압박
보증채권에 쏠린 투자 문제 지적
IMA·발행어음 확대 속 모험자본 '질적 경쟁' 시험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내년부터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비율이 두 배로 높아지고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한도는 축소되면서 대형 증권사들의 투자전략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모험자본 공급실적은 11조원을 넘어섰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보증채권 등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증권사들이 얼마나 실질적인 투자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모험자본의 위험도에 따른 실적 차등 인정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공급 규모를 늘리는 데 집중했던 증권사들의 생산적 금융 전략도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비율은 올해 10%에서 내년 20%, 2028년에는 25%로 상향된다.
반면 발행어음 운용자산의 부동산 관련 자산 한도는 올해 15%에서 내년 10%로 낮아진다. 종합투자계좌(IMA)에는 이미 10% 한도가 적용되고 있다.
부동산 금융에 편중됐던 자금운용의 무게중심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으로 옮기겠다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부동산 관련 자산을 줄이는 동시에 모험자본 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중과제'를 떠안게 됐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올해 2분기 말 기준 모험자본 공급 의무 대상 7개 종투사의 공급액은 규제상 인정금액 기준 11조6천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분기 대비다 20.4% 늘어난 규모다.
발행어음과 IMA 조달액 대비 모험자본 공급비율은 19.5%로 전분기보다 2.7%포인트(p) 상승했다. 올해 의무비율인 1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지만 내년부터 적용되는 20%에는 소폭 못 미친다.
더구나 발행어음과 IMA를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날수록 증권사들이 공급해야 하는 모험자본의 절대 규모도 함께 커진다.
올해 6월 말 기존 7개 종투사의 발행어음 조달잔액은 55조9천291억원, IMA 조달잔액은 3조6천422억원으로 합계 59조5천713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 9월에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새롭게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으면서 사업자도 9곳으로 늘어났다.
삼성증권은 첫 발행어음 1년물 특판 상품 1천억원어치를 이틀 반 만에 완판한 데 이어 이달 두 번째 특판 상품을 내놓는 등 자금조달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의 발행어음 잔액이 증가하는 가운데 신규 사업자까지 가세하면서 모험자본 투자처를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자금조달 경쟁이 곧바로 양질의 모험자본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투자자산별 공급 실적을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다.
규제상 인정한도 적용 전 공급액 기준 P-CBO는 3조4천억원으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공급액 2조5천억원이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와 벤처캐피털(VC) 관련 투자 2조3천억원을 웃돌았다.
투자 방식별로도 채무증권이 5조6천억원으로 지분증권 2조8천억원의 두 배에 달했다.
물론 P-CBO 역시 개별 기업이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용보강을 통해 자금조달을 돕는다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보증이나 담보를 통해 위험을 낮춘 채권 투자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위험 부담과 기대수익, 자금 공급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현행 제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보증채권이나 담보대출도 위험도가 높은 벤처기업 지분투자와 동일한 금액만큼 모험자본 공급 실적으로 인정받는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같은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손실 가능성이 낮고 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자산을 선택할 유인이 존재하는 셈이다.
정부가 의도한 혁신기업에 대한 위험자본 공급보다 규제 충족에 유리한 투자자산을 확보하는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기능했던 만큼 관련 운용한도 축소는 새로운 투자처 확보뿐 아니라 수익구조 전반의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금융의 빈자리를 기업금융으로 채우는 과정에서 운용수익률과 자산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IMA는 만기 시 원금 지급 의무가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고객에게 약속한 원금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기업 투자까지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모험자본 투자 확대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이어지려면 증권사의 투자 심사 역량과 위험관리 능력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러한 맥락이다.
금융당국 역시 모험자본 공급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모험자본 공급 현황을 점검하면서 양적 확대가 안정화되면 위험도에 비례한 실적 인정체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P-CBO 등 보증채권과 담보대출보다 위험도가 높은 벤처기업 지분투자 등에 더 많은 실적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향후 증권사들이 단순히 모험자본 공급액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생산적 금융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위험도가 높은 투자에 더 많은 실적을 인정하면 증권사들이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증권사의 건전성,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결국 내년부터 본격화할 증권사의 생산적 금융 경쟁은 얼마나 많은 자금을 확보했는 지보다는, 해당 자원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게 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여의도에서는 상장 주식조차 투자하지 않는 증권사가 얼마나 모험 자본을 투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IMA 등으로 모인 모험자본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했는지에 따라 증권사의 생산적 금융 경쟁의 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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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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