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지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전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시장은 선거 후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의회의 견제가 강화되면서 전쟁 수행에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국내 입법에서 제약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 민주당 다수당 탈환 시 청문회·군사비 압박…트럼프 강경 가능성
20일(현지시간) 모닝스타에 따르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고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양분된 의회 구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은 높지만, 모닝스타는 최근 민주당의 상원 승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승리했던 지난 2006년 선거와 유사하게 민주당이 의회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일간 더내셔널에 따르면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 곳이라도 승리하게 될 경우 이란 문제를 둘러싸고 의회와 백악관의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전쟁에 소요된 재정적 비용이나 미군이 중동에서의 새로운 전쟁에 충분히 대비되어 있었는지를 점검하는 청문회를 다수 열고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과 각종 제재 조치, 걸프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등도 의회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군사비 지출도 쟁점이다. 호라이즌 인게이지의 레이첼 짐바 수석 고문은 "선거 이후 의회 내에서 전쟁에 대한 초당적 반대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며 "의회가 군사비 지출 제한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려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 매니징 디렉터도 "민주당이 양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예산 배정 과정을 완전히 통제하게 된다"며 "백악관이 정책적 타협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정책 목표를 추진하는 정부 기관의 인사 지명을 제한하거나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동시에 북은 의회의 견제가 대외 강경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기도 했다. 북은 선거 결과 의회 주도권이 바뀌어 대통령의 입법적 선택지가 제한될 경우, 트럼프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인 외교 정책 및 지정학 분야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선거 이후 지정학적 관여가 확대된다면 이는 유가 상승을 유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크리스틴 디완 수석 연구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의회의 뜻을 따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점을 지적하며 "선거에서의 패배가 그를 제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선거 이후 협상에 무게를 싣는 시각도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CNN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수석 군사 분석가는 "중간선거가 끝나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합의에 이를 확률을 60%, 다시 무력 충돌로 돌아갈 확률을 40%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11월 선거 전까지는 갈등 상황이 사실상 '소강상태'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취할 수 있는 '다음 단계의 강력한 대응책'으로, 미국이 이스라엘 및 아랍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지원했던 것처럼, 이란 내부에서 실질적인 저항 운동을 구축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전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간선거 전 깜짝 변수가 나올 관측도 제기된다. 컨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10월 깜짝 발표' 등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에 본사를 둔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는 이란을 방문한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이 타협안을 이란 당국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엇갈리는 유가 전망…수출 회복이냐 추가 급등이냐
지정학적 리스크에 이미 적응한 국제유가는 선거 결과 자체보다는 선거 이후 중동의 석유 생산과 수출이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달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라이스 대학교 에너지 연구센터의 케네스 메드록 선임 국장은 "중동 산유국들이 향후 2년 반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여 석유와 가스를 수출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이란 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드록은 실제 중동 지역의 국영 석유 기업들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가이아나, 미국 걸프 연안 지역에서의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0월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까지 중동 지역으로부터의 석유 공급은 계속 제한적일 것으로 가정하지만, 이후 중동 지역의 석유 생산과 수출량은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단 운항과 우회 경로 활용, 선박 간 석유 환적(ship-to-ship transfer) 확대 등이 중동 지역의 석유 수출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게 EIA의 판단이다.
골드만삭스도 중동 지역의 공급이 점진적으로 회복됨에 따라 향후 1년간 유가는 다소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뒀다.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이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 책임자 겸 석유 리서치 부문장은 2026년 12월 기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2027년엔 배럴당 평균 8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석유 인프라가 손상되거나 선박 공격이 격화되거나 위험 프리미엄이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가 125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스트루이벤은 보고서를 통해 "중동 지역의 공급 상황이 점차 적응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원유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유지한다"면서도 "분쟁이 다시 격화될 경우 유가가 크게 상승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긴장 고조가 공급을 위협하고 전 세계 재고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강력한 재고 확충 수요와 주식과 채권에 대한 포트폴리오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서 석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점이 실물 유가를 높은 수준에 유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략비축유 방출 종료에 따라 국제유가가 추가 급등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9일(현지시간) 벤징가에 따르면 피터 쉬프 이코노미스트는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이 종료되면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쉬프는 "현재 유가가 150달러에 근접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전략비축유가 계속 방출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간선거가 끝나면 이러한 전략비축유 방출도 중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윌리엄 블레어의 닐 딩먼 에너지 부문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극심한 급등, 이른바 '슈퍼 스파이크'를 보일 가능성을 경고했다.
딩먼은 "석유 기업 경영진들이 향후 최소 몇 분기 동안은 유가의 새로운 '바닥권'이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며 유가 순환 주기상 중간 가격대가 80~90달러에 더 가까워졌으며, 때로는 100달러를 넘어서는 시기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의 유조선 공격 사례가 있었고, 운송 비용도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면서 근본적인 실물 시장의 수급 상황이 빠듯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문제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잃을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란 정권을 다시 한번 약화시킬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네바 대학원의 이란 전문가 파르잔 사벳은 "중간선거 이후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크게 고조되거나 새로운 전쟁 국면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선거에서 확실하게 승리하거나, 혹은 정부 구성 과정이 지연되거나 재선거가 필요해져 그가 임시 총리직을 유지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이란 공격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다"라고도 덧붙였다.
도이체방크 역시 "투자자들은 미국 행정부가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사진 제공]
jepark2@yna.co.kr
박지은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