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코스피가 고점 대비 40% 넘게 하락하는 동안 원화와 국고채는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엇갈린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 둔화 우려와 외국인 매도가 증시를 압박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막대한 경상흑자가 달러 공급을 뒷받침하고 있다. 긴축 부담을 먼저 반영했던 채권시장에서는 반도체주 급락이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낮출 수 있는 재료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수출 호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반도체 산업의 미래 위험을 지나치게 앞당겨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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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5,526.35로 마감했다. 지난 6월 19일 기록한 장중 고점 9,385.59보다 3,859.24포인트(p), 41.1% 낮다.
다만 지난해 말 종가인 4,214.19보다는 여전히 31.1% 높은 수준이다. 연초 이후 한때 두 배 넘게 올랐던 주가가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한 셈이다.
최근 조정에는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정점 우려,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에 대한 경계가 겹쳤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도 조정을 심화시켰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8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총 18조원을 순매도했다. 전일 기준 연초 이후 누적 순매도는 108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주식 매도가 원화 약세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연초 1,440원대였던 달러-원 환율은 지난 6월 초 1,561.5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1,326원까지 내려왔다. 고점 대비 230원 넘게 하락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대금 환전에 따른 달러 수요를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천792억달러였다. 8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흑자 1천231억달러의 2.3배에 달했다.
유성욱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9~12월 월평균 경상수지 흑자가 426억달러 수준이면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한 올해 전망치 4천500억달러에 부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 협의에 따른 2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예정돼 있지만, 올해 8개월간 누적 경상흑자만으로도 전체 투자 예정액을 웃돈다. 투자 집행 시점과 기업들의 외화 운용에 따라 실제 수급 효과는 달라지겠지만, 향후 달러 수요에 대응할 외화 공급 기반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벌어들인 달러의 국내 유입과 대규모 흑자 지속 전망은 원화의 추가 강세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규모를 충분히 상쇄시켜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권시장의 출발점도 주식과 다르다.
반도체 호황이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끌어올리는 동안 채권은 금리 상승 부담을 먼저 감당했다.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반영하면서, 한때 기준금리가 최대 4%까지 오르는 상황을 가격에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코스피가 반도체 실적 기대에 힘입어 급등할 때 채권은 같은 재료로 약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민평 기준)는 지난 9월 말 4.1%대까지 오르며 수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정부의 국채 발행 축소 의지와 외국인 매수, 주가 급락 등이 강세 재료로 작용하면서 전일 3.835%까지 내려왔다.
지난 7~8월 주가 조정 당시에는 반도체 호황과 금리 인상 전망이 유지돼 주가 하락이 곧바로 채권 강세로 연결되기 어려웠다. 반면 최근에는 호황의 지속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통화정책 경로를 다시 따져볼 여지가 생겼다.
반도체 경기 둔화가 경제 전체의 성장과 수요 압력을 약화시킨다면 한은의 추가 긴축 필요성이 줄거나 인상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이 그동안 수요 측면을 계속 강조해 왔는데 주식시장이 이 정도로 조정받고 AI에 대한 전망까지 흔들리면 한은의 전망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화와 채권의 움직임을 보면 코스피 급락이 한국 자산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는 상황은 아니다. 견조한 수출과 대외 흑자가 이어진다면 주식시장이 우려를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해석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가 실제 수출 감소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시장 간 간극을 좁힐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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