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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성의 다른시각] 승자가 바뀌는 주식과 채권의 포커게임

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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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도 "철도건설에 너무 많은 자본이 집중되는 바람에 이자율이 1845년 연 2.5%에서 1847년 10월 10%까지 치솟았다"고 풀이했다. 고삐 풀린 철도투기가 전 경제에 미친 영향이 현상화되기까지 2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 에드워드 챈슬러, "금융투자의 역사" 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저금리와 유동성은 주식시장의 최대 호재였다.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 공식처럼 통했다. 그런데 최근 1년여간은 AI 대규모 투자가 시장을 움직이면서, 금리가 내리는 날 주가가 빠지는 식으로 주식과 채권이 서로 대결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굳이 승부를 매기자면 올해 상반기는 주식의 완벽한 승리였으나, 하반기 들어선 채권이 이기는 날이 차츰 늘고 있다.

시장은 참여자들의 생각만큼이나 다양한 요소가 얽힌 유기체다. 덴마크 물리학자 페르 바크는 수많은 요소가 결합한 조직은 하나의 특정 요소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주요국 채권금리가 오른 것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①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②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③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④ AI 관련 대규모 투자 등이 자주 거론된다. 어느 요인이 가장 강한지는 기관마다 의견이 갈린다. 다만 최근의 금리 하락과 채권의 반격은 ④번을 주범으로 가리키는 듯하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9월 물가지표(CPI, PPI)는 전문가 예상치를 상당히 웃돌았다. 평소 라면 미국은 물론 미국과 동조하는 글로벌 채권금리가 크게 올랐을 일이나, 오히려 상당 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AI CAPEX 관련 기업 주가는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막대한 AI 빚투는 지속할 수 없다'는 우려가 높은 물가지표를 압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CAPEX 민감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코스피와 국채금리 하락이 두드러졌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2026년 코스피 지수와 국고채10년 수익률

자료: 인포맥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일종의 포커게임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연초만 해도 채권시장은 디스인플레이션과 금리하락에 베팅했다. 중간에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커다란 악재가 발생했지만, 유가가 안정되리라 보는 시각이 이어지며 베팅은 유지되었다. 글로벌 선진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는 채권시장에 익숙하고 예측할 수 있는 문제였다. 반면 AI 기업의 공격적인 자금조달과 투자 확대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주식시장은 AI 설비투자(CAPEX)를 예고하며 판돈을 키웠지만, 채권시장은 이를 블러핑으로 보고 지나쳤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 기대를 웃도는 기업 실적이라는 패가 상반기 내내 공개됐다. 대규모 CAPEX의 지속 가능성이 블러핑이 아닌 현실로 인식되자 채권시장의 금리 하락 베팅은 좌절됐다.

승부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 이기고 있다고 확신할 때다. 끝을 모르는 AI CAPEX 서사 속에서 주식 쪽에는 칩이 쌓이고, 채권 쪽은 판돈을 잃으며 형세가 기우는 듯했다. 그런데 데이터센터 공사 지연, 크레딧 이슈, AI 안전 문제 등의 카드가 부각되면서 승부는 서서히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대규모 투자는 금리를 밀어 올린다. 1845년 이후 영국에서 벌어진 철도버블은 채권보유자에게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사례다. 다만 지금의 AI 투자 붐을 철도버블의 판박이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 팽배해 있던 자유방임주의로 규제와 계획이 느슨한 가운데 민간 주도로 철도가 무계획적으로 건설되었고, 통화공급은 금에 묶여 있어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도버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과거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의 사례는 미국의 데이터건설 붐과 견줘볼 만한 부분이 있다. 단기간에 착공이 몰리면서 건설인력과 자재가 부족해졌고, 토지비와 자재가격에 인건비 급등까지 겹쳐 경기 과열을 불렀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미국은 노동 공급이 충분하지 않고 원자재 가격이 불안한 상황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빨라질수록 물가 상승이 전방위로 번질 위험이 있다.

AI 속도조절은 그간 공급 병목으로 인해 수익성이 급등한 섹터와 주가에는 악재다. 토큰 가격(P)이 급락한 와중에 비용 부담(C)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면 생태계의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금리, 원자재, 인건비 등의 부담을 덜게 되는 다른 산업도 AI 서비스 수요(Q) 확산에 일조할 수 있다. 당장은 주식이 지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더 많이 얻을 수도 있다.

명승부는 본래 승패를 주고받으며 호각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게임이 오래 지속되려면 일방적이어선 안되고 판돈이 오가야 한다. 주식과 채권 중 한쪽이 백기를 들고 쓰러지기보다, 돈을 따던 쪽이 잃고, 잃던 쪽이 회복하며 게임이 길어지는 양상을 기대한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

장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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