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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다녀도 취업심사 대상…금감원, '4급의 덫' 탈출할까

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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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이상 1천522명…전 직원 80%가 심사대상

경력직은 입사 후 하루만 다녀도 심사 받아야

원장 건의로 다시 불붙은 논의…이번엔 바뀔까

금감원 표지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 국내 한 증권사에 다니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 경력직으로 입사한 변호사 A씨는 격무에 적응하지 못해 한 달도 안 돼 전 직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윤위) 취업심사를 거쳐야 해서다. 현재 A씨는 무직 상태로 이달 말 있을 공윤위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에선 이런 해프닝이 잊을 만하면 나온다. 4급 이상 직원은 퇴직 후 이직을 하고자 할 경우 금감원 근무 기간과 관계없이 심사받아야 한다. 경력직 입사자도 하루라도 근무했다면 예외가 아니다.

21일 금융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정감사를 계기로 금감원 안팎에선 '금감원 퇴사자에 대한 재취업 제한 규정'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공개적으로 심사 대상 조정을 건의하면서다.

이 원장은 국감장에서 인력 이탈이 늘고 있단 지적에 답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서 기본적으로 민간인 신분인데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 이상 직원들은 전부 퇴직 후 재취업 심사를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4급은 공무원으로 치면 5~6급 사이의 직급인데, 800명가량(6월 말 기준 4급 직원 752명)을 전부 규제하다 보니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문제를 해소해주실 때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제도적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취업심사 대상이 확대된 계기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였다. 당시 금감원 직원들의 금품 수수와 퇴직자의 저축은행 재취업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이후 취업심사 대상은 기존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금감원의 4급이 연차가 낮은 '주니어'란 점이다. 통상 금감원에 5급 공채로 입사한 직원이 4급 선임조사역으로 승급하기까지 5~6년이 걸린다. 입사 5년 만인 실무자도 이직하려면 퇴사 후 별도의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같은 4급이라도 정부 부처에서의 역할과 책임은 크게 다르다. 금융위원회 4급(서기관)은 한 부서를 이끄는 '과장급'으로 통한다. 금감원에서의 '국장급'에 대응하는 수준이다. 금융위에선 5급 공채(행정고시)로 입사해 4급으로 승진하기까지 약 13~14년이 걸린다.

금감원에서는 4급 이상 직원이 전체의 약 5분의 4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공시 기준 금감원 정규직 임직원 총 1천899명 중 4급 이상은 1천522명으로 전체의 80.1%를 차지한다. 10명 중 8명꼴로는 이직을 결심해도 취업심사 관문 때문에 선뜻 움직이기 어렵단 의미다.

이 원장의 공개 건의에 직원들이 반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취업심사 규정 완화는 직원들의 숙원이었지만, 기관장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드물었다.

금감원 한 주니어 직원은 "민간보다 낮은 처우를 감수하면서 일하는데, 입사 몇 년 만에 4급을 달았단 이유로 이직까지 제한받으면 젊은 직원들이 금감원에 남을 이유가 줄어든다"며 "취업 심사 대상을 보다 좁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 한 팀장은 "경력직은 입사와 동시에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엄격한 취업 심사가 외부 전문인력을 데려오는 데도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개선 땐 취업심사 대상을 직급이 아닌 '실제 결재권'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감독·검사 과정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인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급수로 일괄 적용하기보단 결재권을 가지는 사람을 기준으로 삼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팀장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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