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이 막다른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이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낳고 있다. 또 프랑스의 재정건전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선진국 국채 수익률 급등세에 불이 붙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더해지면서 신용 위험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두 자릿수 채권 발행 금리는 기술주와 반도체주들 순매도세를 촉발했다.
기존 흐름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변화가 생기지 않고는 지금의 교착상태가 지속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 얽히고설킨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보자. 우선 이란 사태는 오는 27일 이스라엘 총선 결과와 이집트의 사우디아라비아 군사 지원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집트 의회는 26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요청한 사우디 군사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후티 반군의 공격이 잦아들면서 국제유가가 내린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고, 중앙은행들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 여유를 갖게 된다.
최근 프랑스에서 이탈리아까지 번진 소요 사태도 지금과는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 열악한 교육 환경과 생활비 급등에 대한 불만이 촉발한 복합적인 사회 문제 뒤에는 유럽국들의 재정 건전성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앞서 2012년 재정위기에서 탈출한 경험이 있다. 당시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Whatever it takes)"는 강력한 구두 개입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급격히 가라앉혔다. 한국시간 오는 29일 오후 10시에 ECB 통화 정책회의 기자회견이 열린다.
출처 : 아폴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 쇄도에도 속도 조절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 신용부도스와프(CDS)가 급등한 데다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핵심 뼈대인 컴퓨팅 수요가 무한하다는 전제가 붕괴하고 있어서다. 최근 토큰 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데, 이는 막대한 투입 비용 대비 실질적인 효용 창출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상위 5개 하이퍼 스케일러의 투입 자본 수익률(ROIC)이 하락하는 것은 투입 자본 증가 속도가 이익 창출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인프라 투자용 채권발행 속도가 늦춰진다면 미 채권시장 불안도 진정될 수 있다.
출처 : 아폴로
마지막으로 한국시간 29일 새벽 결과가 나오는 연준의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11월 3일(현지 시각)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9월 파급효과(Spillovers)와 역파급효과(Spillbacks)를 언급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을 내리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파급효과를 미치며, 반대로 타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나 반응 역시 미국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인플레 우려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경우 불필요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일단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주목할 재료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금까지 걸어오던 길이 끊긴 듯한 상태다. 하지만 역사는 세상이 막다른 위기나 한계에 직면했을 때 변화를 선택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길이 열리면서 숨통이 트이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주역에서 유래한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의 이치다. 물론 변화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 유럽의 뼈를 깎는 재정 긴축은 물론이고, AI 투자 속도 조절에 따른 미 경제 성장률 둔화는 당장 우리 반도체 수출과 국내 증시에 매서운 청구서가 될 수 있다. 앞선 일정과 변수들은 이런 고통스러운 반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 변곡점을 예민하게 읽어야 할 시기다. (선임 기자)
liberte@yna.co.kr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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