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뒤 완전자본잠식까지 버텨…실적회복 후 다른 계열사도 출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솔리다임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지 않더라도 이를 둘러싼 주주 간 이해상충 논란은 남을 수 있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가 이미 모두 상장된 지배구조에서 솔리다임 위에 'AI컴퍼니'가 놓이고, 다른 SK 계열사들도 이 회사의 주주로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9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솔리다임 사업은 5조원대 누적 순손실과 완전자본잠식을 겪었다.
실적이 회복되는 국면에서 이뤄진 지배구조 개편과 계열사 출자가 SK하이닉스 일반주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쟁점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미국 법인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를 AI 투자회사인 AI컴퍼니로 전환했다.
기존 법인의 낸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과 자산, 인력은 영업양도가액 15조3천695억원에 신설 법인 Solidigm Inc.로 넘겼다.
기존 법인은 신설 솔리다임의 주식을 받아 모회사로 남았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한 단계 길어졌다.
◇인수 뒤 5조원대 손실…AI 수요에 실적 반등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 낸드 사업을 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하고 이듬해 1단계 인수를 마치며 솔리다임을 출범시켰다.
기업용 SSD(eSSD)를 앞세워 낸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승부수였지만 인수 직후 메모리 업황이 급격히 꺾였다.
솔리다임 사업을 영위한 미국 법인은 2022년 1조9천254억원, 2023년 3조4천85억원, 2024년 1천42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3년간 누적 순손실은 약 5조4천800억원에 달했고 완전자본잠식에도 빠졌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메모리 불황으로 고전했다. 업황 악화가 주된 원인이었지만 솔리다임의 적자도 재무 부담을 더했다.
실적 반등의 계기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였다.
고용량 eSSD 수요가 늘면서 솔리다임 매출은 2023년 3조7천568억원에서 2024년 8조961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순손실은 3조원대에서 1천억원대로 줄었다.
◇실적 회복 뒤 계열사 합류…IPO 접어도 남는 논란
솔리다임의 사업 가치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다른 계열사들이 AI컴퍼니의 주주로 참여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AI컴퍼니에 최대 100억달러를 캐피털 콜 방식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SK㈜는 2억5천만달러, SK이노베이션은 3억8천만달러, SK텔레콤은 최대 4억8천만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솔리다임이 배당을 실시하면 재원은 SK하이닉스가 아닌 모회사 AI컴퍼니에 먼저 유입된다. AI컴퍼니가 이를 재투자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분할 경우 다른 계열사들도 그 배분에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
그룹 차원에서는 투자 재원을 모을 수 있다. 반면 SK하이닉스 주주 입장에서는 솔리다임의 적자를 감당한 뒤 실적이 회복되자 다른 계열사들이 상위 회사의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이 민감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솔리다임은 인수 비용과 대규모 적자, 정상화 비용까지 SK하이닉스 주주가 부담한 사업"이라며 "위험을 함께 부담했다면 사업 가치가 회복됐을 때의 업사이드도 기존 주주가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쟁점은 솔리다임이 상장하지 않더라도 남는다.
SK하이닉스는 AI컴퍼니가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솔리다임 상장도 결정된 바 없으며 장기 기업가치와 기존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솔리다임을 둘러싼 지배구조는 결국 SK그룹에는 좋지만, 하이닉스 주주에게는 손해보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이미 여러 상장사가 연결된 지배구조에서 그룹 차원의 이익과 SK하이닉스 일반주주의 이익이 어긋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봤다.
[솔리다임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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