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산업통상부]
(세종=연합인포맥스) ○…"'큰 행사도 아니지 않느냐'거나, '국장급이 가면 된다', '내일이 국정감사인데 내년에 가는 게 어떻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21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행보는 조금 독특(?)했다. 이날 성남 판교에서 현대모비스[012330] 차량용 반도체 포럼(ASK)이, 서울에서 '반도체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게다가 국회의 산업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뒀던 이날, 김 장관의 발길이 향한 곳은 차량용 반도체 포럼이었다.
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주변의 만류가 적지 않았지만 직접 현장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는 제가 내년에 이 자리에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라고 농담을 던지면서 "큰 행사나 큰 기업을 찾아가는 것보다 의미 있는 분야, 계속 지켜보면서 지원하면 꽃피울 수 있는 분야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이처럼 김 장관이 차량용 반도체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배경에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해외 의존도가 95%를 웃도는 셈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확산할수록 이 같은 해외 의존은 더욱 뼈아픈 약점이 된다.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 현대차[005380]를 둔 한국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설계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까다로운 신뢰성 검증과 완성차 적용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 상용화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김 장관도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두꺼운 상용화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호소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일정 수준의 차량용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해외 제품을 밀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의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도 기존에 잘 쓰고 있던 외국산 반도체 대신 국산을 쓰는 모험을 하고 싶진 않을 것"이라면서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로 국산 제품 사용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촬영: 윤은별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이런 국산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량용 반도체 원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산업부의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 얼라이언스 산하에 현대차·현대모비스 등 수요기업과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 기업 등 24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협력체다.
수요기업이 필요한 반도체 사양을 제시하면 팹리스가 개발하고, 파운드리와 패키징 기업이 생산을 맡아 실제 수요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특히 현대차와 같은 그룹에 속한 현대모비스가 완성차 업체의 요구 사양과 기술 수준을 국내 반도체 기업에 전달하고, 개발부터 실제 차량 적용까지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장관은 "차량용 반도체 업계가 느끼는 애로사항을 더 꼼꼼하게, 속도감 있게 챙기겠다"며 "메모리뿐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막힘없이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장관이 일부러 찾았다는 '작은 행사'에서 시작된 협력이 국산 차량용 반도체의 실제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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