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인공지능(AI) 버블 붕괴보다 선진국 국채 및 재정 위기가 훨씬 치명적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실제 국채 매도 폭발이 현실화할 경우 시장은 차라리 AI 조정만을 걱정하던 때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1일(현지시간) 사설(Leader)을 통해 "주요 선진국에서 국채 매도 사태(run on sovereign debt)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차라리 닷컴 버블 방식의 AI 조정만 걱정했던 때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금융시장을 흔드는 AI 거품론과 정부 부채 부담이라는 '두 개의 유령' 중 국채 위기가 지닌 파괴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와 재정 적자 누적으로 선진국 국채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는 시나리오를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 기축 통화인 미 달러화의 안전자산 위상을 흔들고 극심한 정치·경제적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처럼 강제로 적자를 줄이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정부가 부채 상환 대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AI 투자 열풍이 꺾이고 주가가 급락하는 시나리오는 국채 시장의 부담을 오히려 덜어주는 반사이익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AI 열풍이 식으면 자금 조달 경쟁이 약해지고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서 국채 금리가 하락해서다. 최근 AI 수익성 의구심 속에 데이터센터 임대 기업인 코어위브(NAS:CRWV) 채권 금리가 최고 15%로 치솟았을 때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0bp가량 떨어진 부분을 예로 들었다.
매체는 AI 거품이 꺼지더라도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급 재앙보다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와 같은 '온화한 경기후퇴'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권 재무제표가 건전한 데다 엔비디아(NAS:NVDA) 등의 막대한 현금 자산이 시장을 방어하고, 가계 자산에서 AI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주택 자산보다 작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행인 점은 두 가지 시나리오가 동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헛소문에 겁먹는 사람뿐이라는 것"이라며 "대신 투자자들은 어느 쪽이 더 무서운 시나리오인지 결정해야 하며, 우리는 당장 국가 부채를 더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jhlee2@yna.co.kr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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