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한 달 새 30% 급락…중복상장 따른 주주가치 훼손 논란 확산
금융위·금감원 잇따라 규제 대상 판단…"시장 여건·주가 흐름 고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진 데다 금융당국까지 중복상장 규제 대상이라는 입장을 잇달아 밝히면서 상장 추진에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최근 한 달 새 30% 넘게 급락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확산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시장 여건·주가 흐름' 고려해 IPO 추진 검토 중단
SK하이닉스는 23일 솔리다임의 프리IPO 및 IPO 추진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복상장 논란 지속 제기…"5단 중복상장 시도"
이번 결정은 솔리다임의 상장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미국 법인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최근 솔리다임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에 이어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프리IPO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성장성이 높은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할 경우 그 가치가 SK하이닉스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고 외부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이 누릴 경제적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지난달 SK하이닉스 주주 92명의 의견을 모아 회사와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내 솔리다임의 외부 자금조달 필요성과 기존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 등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솔리다임의 상장 추진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5단 중복상장 시도"라고 비판해왔다.
인텔 낸드 사업 인수와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위험은 SK하이닉스 주주들이 부담했는데, 이제 사업 가치가 올라오는 시점에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확보할 경우 기존 주주의 경제적 몫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개별 종목 현재가]
◇ 주가 급락으로 시장 여건 변화·당국도 중복상장 규정
주가 급락도 논란을 키웠다.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5.49% 하락한 122만3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9월 30일 종가인 177만6천원과 비교하면 31%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지난 6월 25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 298만7천원과 비교하면 낙폭은 59.1%에 달한다. 넉 달 만에 주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최근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 등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솔리다임의 중복상장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투자심리에 부담을 더했다.
특히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는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성장 자회사인 솔리다임마저 별도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추가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당국 역시 솔리다임의 상장이 국내 중복상장 규제 대상이라는 입장을 잇달아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상장과 관련해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전날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가 모회사로서 주주충실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회사 이사회는 주주 영향평가, 주주 보호방안 마련, 주주 소통 및 동의 확인, 이사회 찬반 결의, 공시 등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는 국내 상장뿐 아니라 해외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해외 상장에도 적용된다.
다만 국내 금융당국이 미국 증시 상장 자체를 직접 불허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솔리다임의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여부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법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투자 재원 조달 위해 검토해와·주주가치 제고 노력 지속
결국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주가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주주 반발과 금융당국의 규제 압박까지 겹치면서 IPO 검토를 중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솔리다임의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 조달 방안으로 직접투자와 IPO 등을 비교 검토해 왔다.
IPO를 통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 SK하이닉스의 연결 현금흐름이 증가해 시설투자와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을 병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 솔리다임이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서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당장 IPO를 추진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계속 검토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라며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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