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 흐름 반영한 새 원화지수 필요성…환율 평가 잣대 변화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달러-원 환율의 가파른 하락에도 원화 가치가 여전히 상당폭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적정 환율을 평가하는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교역 관계를 중심으로 산출하는 기존 실효환율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 등의 해외 증권투자 흐름까지 반영한 새로운 '원화지수'의 필요성이 한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경상수지 흑자와 수출 호조 외에도 교역과 자본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신현송 "원화 여전히 상당폭 저평가"…실효환율에 주목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 총재는 전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원 환율로 보나 다른 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나 지금 환율이 예년보다 아직도 원화가 좀 약세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을 들어 달러 대비 환율뿐 아니라 실효환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실효환율지수를 예로 들며 장기평균이 101 수준인 데 비해 지난 8월 원화 실효환율은 89 수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예년의 평균보다는 아직 상당폭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전일 BIS가 발표한 9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92.73으로 전월(89.89)보다 3.2% 상승했다. 지난 6월 83.04를 저점으로 석 달 연속 반등했지만 신 총재가 언급한 과거 평균인 101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쳤다.
*자료 : BIS
◇교역 중심 실효환율…금통위서도 포트폴리오 투자 반영 필요성 제기
현재 BIS 실효환율은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원화의 상대적 가치를 교역 비중으로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실질실효환율은 여기에 국가 간 물가 차이까지 반영해 원화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 등을 평가하는 지표다.
다만 외환시장에서 내외국인의 증권투자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 교역 중심 지표를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7일 열린 제16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새로운 원화지수 개발에 관한 의견이 나왔다.
당시 한 금통위원은 "적정 환율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시장 발달 등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해 현재 환율 수준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와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가 크게 확대되는 흐름을 함께 반영하는 원화지수를 산출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상흑자에도 원화 여전히 저평가…달라진 환율 결정 구조
이 같은 논의는 한은의 기존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한은은 환율 상승기였던 지난 4월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서 해외자산 축적의 중심이 공공부문 준비자산에서 민간의 포트폴리오 투자로 이동하면서 경상수지와 환율의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과거에는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를 이끌었으나 최근에는 흑자가 확대돼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수출로 유입되는 달러 공급만큼이나 해외 주식·채권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원화지수의 핵심은 기존 교역 중심의 가중치에 포트폴리오 투자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 중국 등 주요 6개 안팎의 경제권을 중심으로 교역 비중과 증권투자 비중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달러인덱스(DXY)가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의 종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듯 원화에도 보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평가 잣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 원화 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쓰는 BIS 실질실효환율은 교역 관계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포트폴리오 투자 흐름에 따른 자본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교역과 투자 가중치를 결합해 원화의 상대적 가치와 추세를 평가할 지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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