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90조원 하회…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도 종료
반도체 실적 기대 이미 높아…반등 열쇠는 외국인 위험자산 투심 회복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6008.81) 대비 335.8p(5.59%) 내린 5673.01로 개장했다. 2026.10.15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외국인의 조 단위 매도에 코스피가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대기자금이 연초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끝나면서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낼 국내 매수 여력이 약해진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고금리 부담과 매크로 불확실성이 완화돼 외국인이 다시 위험자산 투자에 나설 여건이 마련돼야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실적에 대한 기대가 이미 높아진 만큼 이익 증가만으로는 매수세를 되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3일 연합인포맥스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종료 직후인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수급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이 1조원 이상 순매도한 날은 6거래일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6거래일 모두 하락했고, 평균 낙폭은 3.62%에 달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외국인의 4조5천억원가량 순매도에 코스피가 5.46% 내렸고, 15일에는 3조7천억원의 순매도 속에 7.57% 급락했다.
이는 앞서 외국인이 조 단위로 순매도한 날에도 코스피가 소폭 하락에 그치거나 오히려 상승했던 사례와 대조적이다.
지난 8월 25일에는 외국인이 약 3조8천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피는 0.68% 올랐으며, 지난달 16일에도 약 1조7천억원의 순매도에도 1.37% 상승했다. 두 날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진행 중이었고, 해당 매입이 반영되는 기타법인이 각각 약 1조6천억원, 1조7천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삼전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차례로 끝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를 받아내던 버팀목도 약해졌다.
삼성전자가 매입을 마친 이달 6일 이후 기타법인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은 지난달 1조5천억원에서 6천억원가량으로 줄었다. SK하이닉스마저 21일 매입을 끝낸 뒤 이튿날에는 400억원에 그쳤다. 이날 코스피는 3.52% 하락했다.
이 공백을 메워야 할 개인의 매수 여력도 넉넉하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1일 89조6천344억원으로, 9월 말보다 15조300억원 감소했다. 90조원을 밑돈 것은 물론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국내 매수 기반이 약해지면서 증시 방향을 좌우할 외국인 수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8일 발간한 아시아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 상승은 개인투자자가 주도했지만, 3분기에는 외국인의 영향력이 다시 커졌다고 짚었다.
◇ "반도체 실적만으론 부족…외국인 위험자산 투심 회복돼야"
증권가에서도 하락장을 떠받치던 개인의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외국인의 움직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들이 열심히 사들였는데, 이제는 그런 수급조차 거의 멸종됐다"며 "자사주 매입까지 끝난 상황에서 결국 증시의 키는 외국인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국인의 매수를 끌어낼 동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을 이끌어온 반도체도 실적 개선만으로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상반기 가파른 이익 성장으로 투자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매수세를 끌어내려면 기존 기대를 웃도는 실적 개선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상반기 가파르게 상향됐지만, 2~3개월 전부터는 그 속도가 다소 둔화했다"며 "내년과 내후년 이익 전망은 여전히 우상향하고 있으나 상반기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경험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매수세를 되살리려면 높아진 기대를 넘어설 만큼 강한 이익 모멘텀이 필요한데, 상반기와 같은 흐름을 다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시장에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반도체 수출이 좋은 데는 가격 급등의 영향이 컸는데, 가격 상승률도 정체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며 "상반기에는 주가와 기업 이익이 같이 움직였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돈을 잘 벌더라도 주가는 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코스피가 반등하려면 외국인의 위험 회피 심리를 돌릴 대외 여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고금리 부담과 유럽 재정 불안,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자금 조달 우려 등이 누그러져야 외국인도 위험자산 비중을 다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유럽 재정 문제나 코어위브의 자금 조달 우려처럼 약한 고리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며 "이런 불안 신호가 나오면 투자자들도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포지션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증시의 키를 쥔 외국인이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에 나서느냐가 중요하다"며 "고금리 부담과 매크로 불안이 누그러져 외국인이 다시 위험자산 비중을 늘릴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h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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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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