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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월세 부담에 대한 걱정, 무겁게 듣고 있습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첫머리다.
최근 전월세 가격이 치솟는 등 서민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무거운 다짐으로 출발했지만, 뒤이어 내놓은 설명을 들여다보면 이내 흩어진다.
전세의 월세화는 "1인 가구 증가와 전세사기 여파 등에 따른 구조적 변화"라는 것이 홍 장관의 해석이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전세 소멸은 메가트렌드"라고 밝힌 인식을 재확인한 셈이다.
시장의 고충을 무겁게 듣는다면서, 실제로는 정책적 대응의 한계를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적 흐름'이란 해석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틀린 해석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처음으로 80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빌라와 다가구 주택을 휩쓴 전세사기 공포는 세입자들을 보증금이 낮고 떼일 염려가 덜한 월세 시장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이 같은 요인만으로 최근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진짜 문제는, 구조적이라는 전세의 월세화가 시장과 서민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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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8만7천74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17만2천27건)의 51.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8만4천287건)을 앞질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비중(43.7%)과 비교하면 1년 새 7.3%포인트(p) 급증했다.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전세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실제 전세 시장의 매물 증발 속도는 수치로도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5천80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급감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한 달 새 15.5% 줄었다.
특히 노도강 등 서민 주거지가 밀집한 동북권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38.8%나 줄어들며 서울 5대 권역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전세가 급감한 자리를 채운 월세 매물의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9월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21만8천원 올랐다. 중위 월세도 12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만원 올랐다.
이처럼 아파트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월세화가 가속화된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이 5%의 보증금 증액 제한을 메우기 위해 월세 전환을 택한 영향이 컸다.
단기적으로는 투기 수요 차단을 목적으로 도입된 실거주 의무화가 신규 전세 매물 출회를 제약했다.
정부는 지난 10·15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올해 말 지정기한 만료를 앞두고 재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다.
홍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현재 상황으로 보면 토허제에 대한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며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토허제에 대해서는 서울 집값 안정과는 별개로, 전세 매물 잠김을 유발해 무주택 임차인을 매매로 선회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강남 3구 집값이 조정 장세를 보였다고는 하나, 서민 주거지까지 아우르는 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이달 셋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계 상승률은 8.63%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6.64%)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서민의 대표적 주거 출발지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경우 전년 누계 대비 상승 폭이 최대 10%p 안팎까지 확대됐다.
전세 시장의 불안은 더 심각해 노원구의 경우 전세 누계 상승률 격차가 전년 대비 12.5%p까지 벌어졌다.
무주택자가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수할 때 실거주 의무를 계약 갱신 시점까지 유예하는 보완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일정기간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도울 수 있지만 시장의 신규 전세 매물을 회복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투기 억제 중심의 규제가 임대차 시장의 전세 공급 통로를 좁히고 서민 주거비용을 밀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대다수 서민과 청년에게 매달 수십~수백만원씩 빠져나가는 월세는 자산 배분의 선택지가 아닌 가처분 소득의 고갈을 의미한다. 계층 간 자산 격차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무 부처가 '메가트렌드'나 '구조적 변화'를 앞세우는 태도는 규제 부작용으로 촉발된 시장 왜곡에 대한 책임을 희석할 위험이 있다.
서울 전역을 하나의 잣대로 묶어 전세 공급을 가로막기보다, 서민 주거 밀집 지역의 경우 토허제 등 규제지역 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매물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책 부작용을 외면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핑계대는 것은 정책 당국자의 책임있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산업부 부동산팀 한이임 기자)
yyhan@yna.co.kr
한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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