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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1조 햇반'의 다음 수는

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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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미 성장 정체…잡곡밥으로 소비층 키운다

미국 즉석밥 시장 침투율 2%…나머지 98% 선택은

햇반 생산 공정

[출처: CJ제일제당]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햇반 광고가 걸렸다. 한국에서 '자취생 필수'로 불리던 즉석밥이 세계인의 밥상에 이름을 알리는 장면이다.

출시 30주년을 맞은 햇반은 지난해 매출 1조1천억 원을 기록했고, 2028년 1조5천억 원까지 몸집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앞으로 3년간 매출 4천억 원을 더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다.

그렇다면 답은 역시 해외 시장, 그중에서도 북미일까. 하지만 막상 회사가 그리는 숫자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은 지난 21일 열린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28년까지 늘려야 할 연매출 4천억 원 중 "북미 시장에서 만들어낼 매출 몫은 2천억 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큰 몫은 이미 시장점유율이 60%를 넘어서는 국내 시장에서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햇반이 국내에서 마주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밥을 먹는 사람 자체가 줄고 있다. 회사 측도 백미밥의 시장 침투율은 정체됐다고 인정했다. 기존에 백미를 즐겨 먹던 소비자가 제품을 더 많이 사는 형태의 성장은 이어지고 있지만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성장축으로 꼽은 시장이 잡곡밥이다.

김 본부장은 "전체 상품밥 시장의 국내 성장률은 전체 5%인데 그중 백미가 3%, 잡곡밥이 13%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국내 시장도 여전히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잡곡밥의 시장 침투율은 15%로 백미의 절반 수준이다. 김 본부장은 "향후 5년 내로 백미의 시장 침투율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잡곡밥도 결국 '밥 소비'가 전제돼야 한다.

50대 이상은 집에서 직접 잡곡밥을 지어 먹는 게 익숙한 세대인 반면, 2030세대는 밥 자체를 먹는 빈도가 낮아지고 있다. 한쪽은 잡곡밥을 직접 짓는 대신 상품밥 시장으로 옮겨오도록 해야 하고, 다른 한쪽에는 밥을 먹어야 할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회사가 말차밥이나 들기름밥, 밥 아이스크림처럼 젊은 세대가 익숙한 소재를 햇반에 입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밥을 먹어야 한다'고 설득하기보다 밥을 새로운 식문화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북미는 반대로 아직 햇반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즉석밥 시장에서 햇반을 먹는 소비자는 100명 가운데 2명 정도다. 새로 개척할 고객 98명이 남아 있는 시장인 셈이다.

'2%'라는 시장 침투율은 기회인 동시에 부담이다. 성장 여력이 크다고 해도 한국에서 통했던 방식이 미국에서도 그대로 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서다.

회사는 현재 '스티키 라이스'라는 이름으로 햇반 백미 제품을 먼저 알려나가고 있다. 교포를 넘어 현지 소비자들이 기존 파우치형 즉석밥과 햇반의 맛 차이를 인지하고 있고, 그렇기에 햇반의 맛이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확장한 뒤에는 햇반을 유럽 등 인근 시장으로 넓혀나가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결국 국내에서는 백미에서 잡곡으로, 익숙한 밥에서 새로운 밥으로 국내 소비의 폭을 넓혀야 한다. 미국에서는 아직 햇반을 먹지 않는 98명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지난 30년간 햇반이 밥을 만드는 시간을 바꿔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더 많은 사람의 식탁에 밥을 올려놓는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정수인 기자)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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