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프랑스 재정 악화와 정국 불안 등으로 국채금리 급등세가 좀처럼 꺾이지 못하면서 결국 시장의 관심사는 하나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할 수 있는가. 하게 된다면 개입을 촉발할 트리거는 뭐가 무엇인가."
*그림*시장 참가자들은 어차피 프랑스 재정 악화 흐름이 단기간에, 혹은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곧 죽어도 1년에 두 달은 바캉스를 가야 하는 국민성과 방만한 연금 및 복지, 갈수록 좁아지는 수출길에서 프랑스 재정이 수월하게 해답을 찾을 가능성은 작다.
그렇다고 프랑스가 국채금리의 가파른 상승세를 마냥 방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는 프랑스 정부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해당되는 문제다. 채권시장은 기본적으로 주요 벤치마크와의 스프레드(금리 격차)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 국채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구)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금리도 스프레드를 유지하기 위해 오를 수밖에 없고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금리도 상방 압력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채권시장은 ECB를 향해 조치를 취하라고 계속 압박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프랑스의 금리 상승세는 방만한 재정 등을 반영한 '정당한 가격 재평가'로 간주되는 만큼 ECB의 개입 명분이 없지만 그럼에도 트리거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현재 채권시장의 우선 순위다.
◇유로존 분절화 지표에 주목
월가와 유럽 투자은행 사이에서 공통으로 간주하는 핵심 트리거는 프랑스 국채금리 상승세가 유로존에서 무차별적으로 전이되고 시스템적 분절화(fragmentation)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ECB의 전이방어기구(TPI)는 회원국의 경제 펀더멘털로 정당화되지 않는 무질서한 시장 변동성의 전이를 차단해 통화정책 파급 경로를 유지하고자 고안된 위기 대응 기구다. 유로존에서 시스템적 분절화가 심해지면 ECB는 TPI를 발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ABN암로에 따르면 유로존 국채 시장의 동조화 및 분절화 수준을 추적하는 분절화 지표가 과거 위기 수준인 20%를 웃돌 때 비로소 ECB가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이 지표는 장기 중앙값 부근에 머물고 있다. 이는 시장이 프랑스 국채금리의 급등을 프랑스 고유의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리츠는 "ECB의 과거 개입 시점과 관련된 수준인 20%에 도달하려면 유로존의 핵심-주변부 스프레드는 현재 수준에서 약 70%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ABN암로는 자체 스트레스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분절화 지수가 2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국채(OAT)와 독일 국채인 분트의 스프레드가 약 300bp에 도달해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채 스프레드는 현재 160bp에 육박한 상태지만 아직 300bp에는 한참 미달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과거 ECB가 긴장하기 시작한 프랑스-독일 국채 스프레드 임계치를 약 250bp로 제시했다.
다만 프리츠는 "20%라는 수치 자체를 ECB 개입의 임계값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ECB는 시장 스트레스의 성격, 근본적인 원인, 통화 정책 전달 메커니즘의 손상 정도에 따라 더 낮거나 높은 수준에서 개입할 수 있고 특정 스프레드 수준이 아니라 스프레드 차이의 정도와 속도, 변동성, 다른 시장으로의 전염 효과에 따라 개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두 가지 전이 시나리오
현재 시장은 프랑스 금리발작을 고유의 사건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지만 전이 시나리오도 여전히 폐기되지 않고 있다.
MSCI는 자체 예측 스트레트 테스트 프레임워크를 통해 프랑스 사태를 '유로존 파편화' 시나리오와 '재정 체제 전환' 시나리오로 구분했다.
MSCI의 모니카 식사이 연구개발 부사장은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프랑스의 재정 건전화 작업은 표류한다"며 "다만 시장이 이 스트레스를 전이시키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고 짚었다.
유로존 파편화 시나리오에서는 예산안 불확실성과 신용등급 강등 압박으로 프랑스의 스프레드가 2011년 고점을 웃돌며 치솟고 이런 흐름이 이탈리아 및 기타 유로존 주변국 국채로 전염된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분트로 도피하는 반면 유럽 은행주와 유로화는 급락한다. 금융 여건 긴축과 경제 성장 둔화는 고유가 국면이 지속되더라도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소폭 끌어내린다.
반면 재정 체제 전환 시나리오에서는 시장이 2027년 대선 이후 프랑스의 완화적 재정 정책을 선반영하며 장기물 국채 보유에 대해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보상)을 요구한다. 프랑스 국채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지는 동시에 유로존 전반의 재정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독일 국채 금리마저 함께 끌어올리게 된다. 유로화는 약세를 보이며 분트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상쇄(헤지) 기능을 전혀 제공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다.
식사이는 "달러화(USD) 기준으로 복합 포트폴리오는 유로존 파편화 시나리오 하에서 5%의 손실을 기록한다"며 "반면 재정 체제 전환 시나리오에서는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가 더 상승하지만 독일 국채 금리 역시 동반 상승함에 따라 독일 대비 스프레드는 상대적으로 덜 확대되고 포트폴리오 손실률은 3%에 그친다"고 내다봤다.
[출처 : MSCI]
이밖에 ECB가 개입할 수 있는 트리거는 프랑스 국채시장의 기술적 배관(plumbing) 체계가 붕괴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재무부의 정례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급락해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하거나 국채 딜러들이 시장 조성을 포기해 유동성이 고갈되는 시나리오다.
이와 동시에 프랑스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자국 국채의 평가손실로 은행 간 신용 스프레드가 폭등하고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창구로 쏠리는 '소버린-은행 악순환(Sovereign-Bank Doom Loop)' 시나리오도 ECB의 개입 트리거의 예시로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싱가포르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프랑스 은행들의 부진한 실적은 은행 펀더멘털의 유의미한 악화보단 프랑스 재정 전망에 대한 우려와 국가-은행 간의 부정적인 악순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전반적으로 시장은 현재 프랑스 은행들을 근본적인 신용 펀더멘털보다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반영하는 지표로 여기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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