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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위기] 시위·채권시장에 낀 佛, 부채 해결할 수 있을까

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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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지은 기자 =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된 시위가 대규모 폭력 시위로 이어지면서 프랑스의 재정 정상화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소요에 프랑스의 국채금리는 급등했고, 독일과의 스프레드는 15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531)에 따르면 지난 22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5.12%까지 치솟아 지난 2002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와의 금리 차이는 약 157bp까지 벌어졌다.

국채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의식한 책임 공방이 거세지며 긴축 정책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났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 교실에서 시작된 시위…경제 성장세까지 위협하나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는 생활비 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명품 브랜드 매장과 상점, 식료품점 등을 약탈하는 폭력 사태로 번졌다. 2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피해를 본 매장은 3천 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법무장관에 따르면 사태 당시 체포된 사람은 약 2천700명에 달한다.

당초 시위의 시작은 교사 부족과 열악한 학교시설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교육 예산 축소를 지적하고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확충을 요구하면서였다. 이후 시위는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와 연금 수령자 등이 가세하며 규모가 커졌다.

ING는 이번 폭력 사태가 프랑스의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ING는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당초 프랑스의 GDP 성장률이 2026년에는 0.3%, 2027년에는 0.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며 "만약 사회적 불안이 지속되거나 신뢰도가 더욱 악화되면 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시위 모습

[연합뉴스 사진 제공]

◇ 정쟁에 긴축 논의 표류…멀어지는 프랑스 부채위기 해법

이번 사태는 프랑스 정부가 올해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430억 유로 규모의 재정 긴축 예산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올해 2분기 말 3조5천955억 유로로, 유럽연합(EU)의 목표치보다 두 배 높은 GDP의 약 119%에 달한다.

예산안은 사태 전부터 의회 통과 여부가 불확실했다. 2024년 조기 총선 이후 정부는 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총리가 연속 교체될 정도로 예산안 협상에 극심한 교착 상태를 이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시작된 예산안 세입 부문 심의는 27일 재개되며 표결은 내달 3일 예정이다.

외환 거래 및 결제 플랫폼 이베리의 매슈 라이언 시장 전략 책임자는 "프랑스의 정치적 위험 프리미엄이 당분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2027년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할뿐더러, 설령 통과된다 하더라도 좌우 양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느라 재정 적자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누더기 예산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선 주자들이 이번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고 책임 공방에 몰두하면서 재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프랑스의 긴축 정책 추진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크리스토프 리거 금리 전략가는 "시민 소요 사태는 분명히 긴축 재정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며 "최근 며칠간의 상황은 프랑스 정부가 시장의 압력(강력한 긴축 요구)과 거리 시위대의 압력(더 많은 지출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ING의 벤자민 슈뢰더 수석 금리 전략가는 "이번 시위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대중의 거센 저항 속에서 필요한 개혁과 재정 절감 조치를 이행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하원의원은 정부가 국가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하며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혼란을 부추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당대표는 이번 폭력 사태를 이민 문제와 연결 지으며 이민 중단을 촉구했다. 멜랑숑은 정부의 강압적인 대응 방식을 규탄하고, 교육과 공공서비스 등 시위대의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커진 정치적 혼란에 프랑스 정부가 부채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프 뮬러 채권 부문 공동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어떠한 형태로든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려는 정치적 의지는 매우 매우 낮다"며 "여기서 상황이 더 악화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PGIM의 기예르모 펠리세스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프랑스 부채와 관련해 '퍼펙트 스톰(복합적 위기)'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음 예산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그리고 내년 선거가 재정 방만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정보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샤론 벨 유럽 주식 전략가는 "고통스러운 조치 없이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프랑스 기업들에 대한 세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전반적으로 프랑스의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재정 건전화란 결국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라고 짚었다.

◇ ECB 등판할까…개입 관건은 전염 여부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ECB가 나설 것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프랑스의 국채금리 급등이 유로존 국채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ECB의 개입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예르크 크레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원칙적으로 프랑스에 전염방지기구(TPI, 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를 쓸 수 있지만 일부가 희망하는 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이 상당히 더 큰 스트레스를 겪기 전까지는 TPI를 가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PI는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금리가 정당한 경제 여건과 무관하게 급등해 통화정책의 원활한 전달을 위협할 경우 ECB가 해당 회원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제도다.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존 스톱퍼드 멀티에셋 인컴 부문 대표는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으며,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면서도 "상황이 현재보다 상당이 악화하지 않는 한 ECB가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으로 번지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일부 지역의 시위에 대응해 강력한 치안 조치를 시행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엄격한 재정 기조가 국채시장을 뒷받침하며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22일 기준 4.58%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ECB 역시 개입 의사가 적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21일 프랑스가 재정 정책 정비를 통해 스스로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방콕에서 열린 CNN 행사에서 ECB가 프랑스를 지원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은 프랑스 정부의 몫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특정 국가들이 더 큰 영향을 받는 상황이 있는데, 프랑스가 바로 그런 사례"라며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일차적인 해결책은 프랑스 내부, 즉 재정 정책에 있다"고 ECB가 채권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시장의 추측을 사실상 일축했다.

jepark2@yna.co.kr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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