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프랑스의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국채시장 불안이 이탈리아 등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내년 프랑스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도 총선이 예정돼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럽 고부채 국가들의 재정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주요국의 재정 여건이 과거보다 개선됐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위기 대응 수단도 강화된 만큼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 프랑스 다음은 이탈리아일까…2027년 선거 앞두고 재정위험 확대 우려
26일 연합인포맥스 해외금리 현재가(화면번호 6531)와 알리안츠 리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위기 이후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약 180b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와 독일은 각각 136bp, 78bp 올랐다.
알리안츠는 "유럽 전반에 대한 매도 포지션이 국채금리 상승을 증폭시키고 그 영향이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발 국채금리 상승세가 유로존 다른 고부채 국가들로 확산하면서 시장에서는 2012년과 같은 재정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막대한 국가채무와 저성장으로 프랑스발 충격에 취약한 국가로 지목된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39.9%로, 그리스의 140.8%에 근접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4.5%를 넘어섰다.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계획에 따르면 GDP 대비 국채 이자지출 비율은 지난해 3.8%에서 2029년 4.6%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상승이 장기화하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해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자체 스트레스테스트를 사용해 검토한 결과 "유로존이 분열할 경우 프랑스 예산 불확실성과 신용평가 압박으로 인해 프랑스의 스프레드가 2011년 최고치를 넘어서고, 국채금리 상승세가 이탈리아와 다른 유로존 주권국들로 확산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로 몰리는 반면, 유럽 은행주와 유로화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금융 여건이 긴축되고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소폭 낮아질 것으로 봤다.
시장에서는 내년 유로존에 선거가 많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2027년에는 프랑스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도 총선이 예정돼 있다.
고물가와 교육 환경 등에 대한 불만으로 유럽 각국에서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재정 건전화보다 지출 확대를 우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도 프랑스발 국채시장 충격이 다른 고부채 국가로 확산할 경우 이탈리아가 특히 취약할 것으로 평가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가 400bp까지 확대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내년 경기침체에 빠지고 벨기에의 차입비용도 급등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유로존 전체는 경기침체를 피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프랑스의 본격적인 부채위기를 기본 전망이 아닌 위험 시나리오로 분류했다.
◇ 유럽, 2012년보다 충격 대응력 강화…재정위기 재현 가능성 제한적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과거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금융 안전장치와 각국의 경제 여건이 개선된 만큼 프랑스발 불안이 유로존 전체의 재정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2012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로 해외자금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독일계 자산운용사 DWS의 요하네스 뮐러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프랑스의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유로존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DWS는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ECB와 각국 정부의 정책 대응 경험이 축적됐고, 위기 대응 수단도 확충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1년에는 이탈리아의 독일 대비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가 500bp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100bp 안팎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과거 재정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여건도 개선됐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전년 동기보다 11.2%포인트 하락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각각 3.4%포인트, 1.8%포인트 낮아졌다.
유럽안정화기구(ESM)의 피에르 그라메냐 총재는 이달 초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은 국가채무 비율을 눈에 띄게 낮췄다"며 "ESM의 지원을 받았던 국가들이 개혁을 추진했고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위기 대응 수단도 과거보다 강화됐다.
2012년 출범한 상설 구제금융기구 ESM은 현재 약 4천300억 유로의 대출 여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ECB 역시 특정 회원국의 국채시장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주는 전달보호기구(TPI)를 마련해뒀다.
그라메냐 총재는 "최근 국채금리 스프레드가 다소 확대됐지만 과거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상당히 억제된 수준"이라며 "현재 금융지원을 요청한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향후 강등돼더라도 유럽연합(EU) 전체의 신용등급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주 국제신평사 무디스는 시장 예상과 달리 프랑스 신용등급을 종전 'Aa3'로 유지했다. 다만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그대로 두면서 등급 하향 가능성은 계속 열어뒀다.
국제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는 지난달 프랑스의 신용도 악화를 이유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지만, 지난 16일 EU 자체의 신용등급은 최고 수준인 AAA,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모닝스타 DBRS는 "회원국들이 EU를 지원할 의지와 능력은 매우 강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UBS 역시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향후 강등되더라도 EU 신용등급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한 국가의 신용도보다 독일 등 고신용 회원국들의 지원 능력과 EU 내부의 정치적 결속력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분석이다.
다만 유럽의 위기 대응 체계가 강화됐더라도 실제 개입에는 제약이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ECB의 TPI는 국채금리 상승이 경제 기초여건으로 정당화되지 않고 유로존의 통화정책 전달을 위협할 때 활용할 수 있으며, 해당 국가의 재정 지속가능성과 EU 재정준칙 준수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알리안츠 리서치는 기본 전망에서 프랑스 국채의 위험 프리미엄이 높은 수준에서 안정되면서 유로존 전체의 재정위기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프랑스 국채의 독일 대비 스프레드가 200bp를 넘어서는 가운데 다른 유로존 국가로 매도세가 광범위하게 확산할 경우 ECB의 TPI 가동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독일계 스코프 레이팅스의 알비스 렝크유누스 국가·공공부문 총괄은 "유럽의 주요 신용위험은 경제적 역량이 아니라 정치적 결속력에 있다"며 "유럽 차원의 지원은 시간을 벌어주고 유용한 정책적 틀을 제공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개혁을 실행하는 것은 프랑스 국내의 과제로 남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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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kim@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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