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정보교환 기다리며 추가 유예 논의…"그동안 무엇을 준비했나" 지적도
스테이킹 등 과세 기준도 정비 과제…금투세 폐지 뒤 형평성 논란 여전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이미 세 차례 미뤄진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또다시 유예 기로에 섰다.
유관기관들은 예정대로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청와대가 추가 유예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유예의 근거는 이번에도 과세 인프라 미비다. 해외 거래정보 확보에 한계가 있고 국내 거래소의 과세 시스템도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준비할 시간을 확보한다며 시행을 거듭 미루고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그동안 무엇을 보완했느냐는 지적도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스테이킹 등 새로운 거래 유형에 적용할 과세 기준도 정리되지 않은 데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주식과의 과세 형평성 논란까지 남아, 시행 시기뿐 아니라 과세체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 세 차례 유예에도 같은 숙제…이번엔 미국 참여 맞춰 유예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전일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유예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예 기간은 2년이 유력하며 구체적인 방안은 당정 협의를 거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행 연기에 필요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여야에서 이미 발의된 상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시행을 2년 늦추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국과의 거래정보 교환 시점을 고려해 사실상 2029년부터 과세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양도·대여 소득에서 연간 250만원을 공제한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를 매기는 방식으로,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미뤄졌다.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제도를 더 정비해야 한다는 '준비 부족'이 유예 때마다 근거로 제시됐다.
해외 거래정보 확보도 논의 때마다 등장한 문제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국내 거주자도 과세 대상이지만, 당국이 거래내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소득을 제대로 신고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가 집중되거나 거래가 해외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를 보완할 수단이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주고받는 암호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다. 한국은 2027년부터 참여하지만, 세계 최대 가상자산 시장인 미국은 2029년부터 참여할 예정이다. 미국과 거래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2029년까지 과세를 늦추자는 것이 이번 유예론의 핵심이다.
다만 미국의 참여를 과세의 전제조건으로 삼으면 국내 과세 일정도 미국의 이행 시기에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영국 등은 CARF가 가동되기 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면서 거래정보 보고와 신고체계를 보완해 왔다.
준비 부족을 이유로 유예가 거듭되는 동안 국내 거래소의 과세 시스템 구축도 끝나지 않았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정부와 거래소는 202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49차례 협의했지만, 5대 거래소 가운데 시스템 구축을 마친 곳은 없다. 빗썸은 법령과 서식 등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개발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유예 기간에 과세당국과 거래소가 무엇을 준비했느냐는 질책도 나온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유예할 때마다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과세 앞서 기본법부터"…거래 유형별 기준 정비 필요
과세 유예가 필요한 이유로 전산 인프라 미비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법제 정비 지연을 꼽는 시각도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세청의 과세 준비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기본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거래가 양도나 대여에 해당하는지 기준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기고 보상을 받는 '스테이킹'은 보상을 수령할 때와 이후 처분할 때 중 언제 과세할지 기준이 필요하다.
황 교수는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이 법에 명확히 담겨야 한다"며 "이런 문제를 국세청 고시만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스테이킹과 대여, 에어드롭 등 거래 유형에 따라 소득 구분과 과세 시점이 불확실하다며, 시행 전 해석 기준을 안내하고 거래소와 연계해 취득가액과 손익을 계산·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금투세 폐지 뒤 남은 가상자산 과세…형평성 놓고 시각차
금투세 폐지 이후 주식과 가상자산의 세 부담 차이도 쟁점이다. 국내 상장주식은 소액주주의 장내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지만, 가상자산은 연간 250만원을 넘는 소득에 과세하도록 돼 있어 같은 투자 수익이라도 투자 대상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진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과세의 주요 쟁점과 해외사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투세 폐지로 함께 설계했던 가상자산 과세만 별도로 남았다며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존 자본이득 과세체계에 가상자산을 포함한 미국·영국과는 여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국내 주식의 대주주 과세를 참고해 고액 투자자부터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세 부담을 비교할 때 양도소득세만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주식은 장내 매매차익이 비과세여도 매도금액에 거래세가 붙고, 대주주의 양도차익이나 해외 주식 매매차익에는 양도소득세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황석진 교수는 "주식은 금투세를 폐지했지만 거래세를 내고 있고, 일정 금액 이상에 대해서는 세금도 내고 있다"며 "반면 가상자산은 거래세를 내지 않는다. 이런 차이가 있는 만큼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를 직접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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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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