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스프링 "쇼트커버링·전술적 매수도 작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사들이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투자 열기가 식을 경우 한국의 성장세도 둔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예상된 금리 인상은 채권 금리에 상당 부분 반영된 반면, 반도체 수요가 약해지면 추가 인상 폭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앞서 매도했던 국채선물 포지션을 되사는 움직임도 매수 배경으로 꼽혔다.
27일 싱가포르 소재 자산운용사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롱 렌 고(Rong Ren Goh) 채권 부문 매크로·테마 총괄은 최근 연합인포맥스를 통해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에 대해 "포지셔닝과 헤지 목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앞서 상당한 매도가 이뤄졌고, 예상되는 한은의 긴축도 채권 금리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위험 대비 기대수익 측면에서 듀레이션의 매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하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11월 25bp 인상을 유력하게 보고 있으며, 이후 한 차례 더 인상해 최종금리가 3.50%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고 총괄은 이런 긴축 전망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의 성장세를 떠받쳐 온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계속 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한국 경제의 회복력은 AI 관련 반도체 수요에 상당 부분 힘입었고, 이는 추가 긴축 기대에도 기여했다"며 "AI 트레이드에 피로 조짐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을 성장 둔화나 경기침체 위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 사이클이 뚜렷하게 악화한다면 시장이 예상한 추가 금리 인상 가운데 일부가 가격에서 되돌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 총괄은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가 "숏커버링과 전술적 포지셔닝, 성장 하방 위험에 대한 헤지가 결합된 결과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이 같은 방향으로 선물을 사더라도 기존 매도 포지션을 줄이는 거래와 향후 금리 하락에 대비하는 거래가 함께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 총괄은 앞으로 25~50bp의 추가 인상 여지가 있으며, 기준금리가 3.50% 안팎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국 경제는 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긴축 사이클이 비교적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부담이 내수와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따라 추가 인상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가와 국내 수요, 현재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금리 민감도는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의 역전 가능성을 판단할 때도 중요하다고 봤다. 고 총괄은 역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는 않는다며, 역전이 지속되려면 성장 전망이 상당히 악화하거나 한은의 긴축 경로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추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총괄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의미 있는 금리 역전은 2022~2023년처럼 공격적인 통화긴축과 연관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한 긴축은 이후 성장 전망을 약화시켜 오히려 시장이 정책 전환 시점을 앞당겨 예상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고채 투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치가 있지만 최근 강세로 가격 매력이 이전보다 줄었다고 평가했다.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한은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만큼, 채권 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 총괄은 "듀레이션을 선별적으로 가져가겠다"며 수익률곡선의 중간 구간인 5~10년물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은의 정책 사이클이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전 금리 인하 사이클의 인하 폭이 총 100bp에 그쳤다는 점을 예로 들며, 향후 정책 변화의 폭을 크게 가정해 장기물에 투자하기보다는 만기를 가려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완료가 국고채 수급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신규 자금 유입 속도의 둔화와 외국인 수요의 이탈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편입 기간에 이미 상당한 규모의 국고채를 매수했으며, 최근에는 그 매수 속도가 다소 느려졌다고 진단했다.
편입이 완료되면 지수 내 한국 비중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기계적인 매수는 사라진다. 그러나 이미 한국 국채를 편입한 패시브 투자자들은 해당 자산을 계속 보유하고, 지수에 맞춰 보유 비중을 조정하는 리밸런싱도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고 총괄은 "WGBI 편입 완료는 국고채에 대한 중요한 수급 지지 요인을 약화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지속적인 매도세가 촉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편입 완료 이후 금리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외국인 자금이 어느 만기에 얼마나 들어왔는지, 향후 국고채 발행 규모와 국내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원화에 대해서는 견조한 대외 기초체력과 경상수지 흑자가 지지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미 상당 폭 절상된 만큼 추가 강세에 따른 기대수익과 위험은 이전보다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 총괄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노출과 듀레이션을 별도로 평가한다"며 "추가적인 원화 절상이 총수익을 끌어올려 줄 것으로 기대하기보다 환헤지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채권의 금리 매력과 원화의 추가 강세 가능성을 구분해 판단하고, 환율 위험을 얼마나 부담할지도 따로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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