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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산다는 넥스록…자금·법인·이력 곳곳에 '물음표'

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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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달 신고에 투자자 '0명'…수천억원 자금조달 구조 불명확

자체 문서엔 칼라일 문구 그대로…3주 새 글로벌 M&A만 5건 '예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JYP엔터테인먼트(JYP Ent.) 지분을 최대 50%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더 넥스록(NEXROC) 그룹'의 실체를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일고 있다.

수천억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예고했으나, 자금 조달 출처와 실제 매수 주체,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수합병(M&A) 실적 등 핵심 정보가 공개 자료를 통해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다.

또한 넥스록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투자자문 문서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의 자료와 동일 문구가 발견됐고, 문서 내부에서도 서로 맞지 않는 표기가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넥스록은 최근 3주 사이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호주 등에서 최소 5개 기업에 대한 인수 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넥스록 홈페이지]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록과 SVCV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11월 20일 JYP 발행주식의 25~50%를 공개매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준주가에 약 30%의 프리미엄을 얹겠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최대주주에 비구속적 인수의향서(LOI)를 먼저 보내 협상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개매수 여부와 구체적인 조건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JYP 측은 발표 직후 "지분 인수와 관련해 제안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한 달 뒤의 공개매수 일정과 프리미엄 규모부터 공표한 것을 이례적으로 본다. 공개매수 계획이 미리 노출되면 대상 회사의 주가가 뛰어 인수 비용만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표 직후 애프터마켓에서 JYP 주가는 정규장 종가 대비 14.38% 급등한 4만 2천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5천만달러 전액 매각 신고했는데…투자자는 '0명'

가장 큰 물음표는 자금력이다. 넥스록이 밝힌 25~50% 공개매수와 약 30%의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JYP 인수에는 많게는 5천억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보면 넥스록 관련 법인이 같은 신고인번호(CIK)로 제출한 사모 조달 신고서(Form D)의 올해 증권 판매액(Total Amount Sold)은 총 8천55만 달러(약 1천100억 원)다.

하지만 이를 넥스록이 확보한 현금이나 JYP 인수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탄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장 규모가 큰 5천만 달러짜리 신고서에는 전액 매각됐다고 기재돼 있으나, 정작 투자자 수는 '0명'으로 적혀 있다. 2천500만 달러 규모의 또 다른 신고서 역시 투자자 수는 '0명'이다. SEC가 Form D에 담긴 정보의 정확성을 별도로 검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류상의 금액을 곧바로 공개매수 재원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캡처]

◇자체 문서엔 '칼라일'과 동일 문구…내부 표기 정합성도 떨어져

넥스록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투자자문 문서(Form ADV Part 2A)에도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 발견된다. 이 문서는 투자자문업자가 사업 내용, 수수료, 이해상충 문제 등을 고객에게 알리는 공식 브로슈어다.

그런데 넥스록 문서의 '중요 변경사항(Material Changes)'에는 넥스록과 무관한 'CIM'이라는 약칭이 반복된다. 고객에게 'CIM의 개요'를 제공한다거나 'CIM의 업무 관행'을 설명한다는 내용이다.

CIM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의 투자자문사인 칼라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Carlyle Investment Management)의 약칭이다. 실제로 칼라일이 공개한 동일 문서의 같은 항목을 보면 넥스록 문서와 똑같은 문구가 확인된다.

[넥스록·칼라일 자료]

문서 내부의 표기도 맞지 않는다. 넥스록이 공개한 PDF는 총 8쪽 분량에 불과함에도 목차에는 특정 항목이 50~60쪽대에 위치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본문 중 해당 문서를 '초안(this draft)'이라 부르기도 하고, 표지와 본문에 적힌 회사명도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넥스록 자료]

◇출범 예고 뒤 3주 만에 글로벌 인수 계획 5건 공표…외신도 '의문'

최근의 연이은 '인수 예고' 행보 역시 살펴볼 대목이다. 넥스록은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8월 해외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브랜드들을 NEXROC으로 통합한다며 '연내 공식 출범'을 예고했다.

이후 최근 3주 사이 미국, 일본, 호주, 한국에서 최소 5개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공표했다. 지난 8일 미국 럭셔리 그룹과 일본 패션 그룹 공개매수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미국과 호주의 상장 생명보험사 인수 계획도 발표했다.

다만 앞서 발표한 4건은 대상 기업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JYP 주식을 매수할 주체 역시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 공시엔 NEXROC 그룹과 SVCV가 공동 인수자로 등장했지만, 홈페이지는 NEXROC·SVCV·NEXLIFE를 같은 그룹의 '영업명(trade names)'으로 소개하고 있다. SEC 공시 서류상으로도 명칭이 엇갈리고 설립 연도마저 2024년과 2025년으로 혼재돼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한 호주 보험 전문매체는 넥스록을 현지 보험업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투자그룹으로 소개하며, 인수 대상과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이 매체는 피치북(PitchBook)을 인용해 당시 넥스록의 가장 최근 자금조달 라운드가 2천500만 달러에 그쳤다며 상장 보험사 인수 규모와 비교해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호주 증시 상장 생명보험사 가운데 넥스록의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공시한 곳은 확인되지 않는다.

◇해외선 허위 공개매수 예고 제재 사례도…실행 능력이 관건

공개매수 예고는 그 자체로 대상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해외에서도 실제 이행 능력과 자금조달 근거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다뤄져 왔다.

미 SEC는 2022년 블루링크스홀딩스(BlueLinx Holdings)의 공개매수를 허위로 발표한 리 시몬스(Lee Simmons)를 증권사기 혐의로 제소했다.

SEC에 따르면 그는 충분한 인수 자금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시 주가보다 75% 이상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사전에 매수한 콜옵션을 주가 상승 뒤 처분해 이익을 냈다. 이후 법원은 부당이득 환수와 민사 제재금, 상장사 임원 취임 금지 등을 명령했다.

공개매수 계획은 발표 단계부터 자금력과 실행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넥스록의 인수 진정성과 자금력을 가늠할 첫 검증 시점은 머지않았다.

넥스록은 앞서 미국과 호주 보험사 인수 절차를 오는 11월 10일까지 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JYP 공개매수 목표일인 20일보다 열흘 빠르다.

연합인포맥스는 넥스록 측에 JYP 공개매수의 법적 주체와 자금조달 계획, 5천만 달러 규모 Form D의 거래 구조, 앞서 발표한 해외 M&A 진행 상황 등을 질의했으나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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