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개입국 상승률 15.0%… 미시행국보다 9.9%p 낮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내 물가 충격을 누르는 비상 방화벽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제도가 장기화할 경우 정유사의 유동성 악화와 에너지 절약 유인 반감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향후 '밴드형 상한제'와 '선별적 지원' 중심의 정교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산업연구원(KIET) 김수동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효과와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3월부터 8월까지 한국·중국·태국 등 직접 가격관리를 시행한 국가들의 평균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15.0%로 집계됐다.
시장 자율에 맡기거나 한시 감세에 그친 미국(28.8%)과 독일(21.0%) 등 미시행국의 평균 상승률은 24.9%에 달해, 직접 관리국의 상승률이 9.9%포인트(p)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은 8~9월 국면에서 한국의 방어력이 빛을 발했다.
독일(27.7%→37.1%)과 미국(29.5%→37.6%), 태국(14.1%→20.7%)의 상승폭이 급속히 확대된 반면, 한국의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8월 11.8%에서 9월 11.9%로 0.1%p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약 0.8%p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최고가격제가 국제 원유 조달비용 자체를 줄여주지는 못한다고 경고했다. 가격 상한이 정제비와 도입가를 충분히 보전하지 못하면 정유사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석유 공급 유인이 위축되어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우선 고정식 상한제 대신 국제유가 변동의 일부만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밴드형 상한제'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정유사의 실제 도입가와 운임을 반영한 투명한 사후 손실 정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편적 가격 억제에서 화물운송, 농어업, 저소득층 등 필수 부문에 집중하는 '선별적 핀셋 지원'으로 전환하고, 석유화학·철강 등 에너지 집약 제조업에 대한 맞춤형 유동성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자흐스탄, 오만 등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객관적 데이터에 기초한 정례 평가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김수동 위원은 "석유 최고가격제는 경제 전체의 파국을 막아준 유용한 방화벽이었다"면서도 "투명한 손실 보상과 공급망 확충을 결합해 시장 기능이 정상 작동하도록 조건부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jlee2@yna.co.kr
이효지
hjlee2@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