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주요 위험 요인으로 반도체 사이클의 조정을 꼽았다.
이 전 총재는 27일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경제인협회(FKI)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공동으로 개최한 컨퍼런스에 좌담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 4월 한은 총재에서 퇴임한 이 전 총재는 지난 8월부터 PIIE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이 전 총재는 "해외에 있는 저의 지인들은 한국을 많이 부러워한다. 한국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반면 반도체에 너무 치중돼 있다 보니 조정에 들어갈 수 있는 점이 리스크"라고 밝혔다.
그는 "AI 산업 수익성이 훼손되면 인터넷 버블 같은 붕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자본시장 조정이 더 크게 확대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 총재는 반도체 호황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미래투자에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체는 민간기업이 돼야 한다며 수익을 공공재로 여기는 인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AI 진흥과 관련해 하드웨어 투자에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지만, 교육과 노동, 규제를 비롯한 제도 개선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전 총재는 지정학적 분열이 한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구조가 비슷한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데, 분절화가 기회 요인으로도 작용한다는 취지다. 일례로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이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총재는 "한국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서 많은 혜택을 봤다.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계속 지켜야 한다"며 "중국이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미투자와 관련해 이 전 총재는 "경제 문제뿐 아니라 정치 문제"라고 단언했다.
이 전 총재는 "미국 민주당이 새로운 대통령을 낸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정도 약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 안전한 가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어지는 고금리 환경을 두고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선진국의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문제가 중첩된 결과로 해석했다.
이 전 총재는 글로벌 고금리 여건이 지속되더라도 한국은 반도체 수출을 통해 유입되는 자본이 막대한 만큼 일방적 자본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좌담에 앞서 영상으로 상영된 기조연설에서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앞으로 전 세계에서 15년 안에 12억 명이 18세가 되지만, 새로운 일자리는 4억여 개에 불과하다면서 거대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방가 총재는 이 문제에 잘 대응하면 미래의 중산층 성장동력이 창출되겠지만, 실패할 경우 사회 불안과 불법 이민 등 파국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많은 국가가 지급하고 있는 석유제품 보조금을 두고는 "소비량이 많은 부유층이 혜택을 본다"며 "보조금을 폐지하되 절약한 재원을 빈곤층 표적 보조금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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