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스와프는 당국의 관심 밖에 있으니까요. 캐시물이 그렇게 불안하면, 그런 데이터가 쌓이면 누가 마켓 메이킹을 할 수 있을까요."
최근 한 외환(FX)스와프딜러가 답답하다며 꺼낸 말이다.
초단기물의 불안정한 움직임과 얇아진 호가 때문에 노련한 딜링 경험에도 거래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외화자금시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여름에는 초단기물을 중심으로 스와프포인트가 치솟았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월 29일 탐넥(T/N·tomorrow and next)은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에서 모두 +0.60원에 마감했다. 이튿날에는 오버나이트(O/N) 호가가 한때 +1.10원까지 올랐다.
이후 7월 말에는 오버나이트가 다시 +1.80원 수준까지 급등했다. 분기말이나 지급준비금 적립 마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움직임이었다.
그러더니 8월 말부터 하락세를 이어왔고, 이달에는 한때 받아줄 매수 호가가 보이지 않는 '비드 공백'까지 발생했다.
A은행 스와프딜러는 "이제는 외국인이 다 나가면서 아무도 한국 자산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원화 수요가 없어 스와프가 빠지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한 스와프브로커는 "최근까지 시중은행 스와프쪽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다"고 귀띔했다. 셀앤바이 중심의 롱포지션을 가진 시중은행이 최근 스와프포인트 하락으로 부담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국내 금융시장은 변동성에 시달렸다.
한때 '1만피'를 넘보던 코스피는 절반 수준으로 잘려나갔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6월 1,561.50원에서 이달 1,320.60원까지 240원 넘게 밀렸다.
외환딜러들은 높은 변동성 때문에 스와프도 스팟처럼 부지런히 쳐야 하는데 방향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장기물은 금리 움직임으로 설명하더라도, 초단기물이 왜 밀렸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의 하락세를 '스와프포인트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A은행 딜러는 "올해 좀 특이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이 원화 수요를 끌어올리고 FX스와프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이론가를 하회하는 현상은 지난 몇 년을 보면 정상적인 레벨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은행 딜러도 주식시장으로 원화가 쏠리면서 발생했던 원화 부족 현상이 해소되고 있다며 "스와프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정부와 외환당국이 지향하는 '원화 국제화'와 지금의 시장이 일치하느냐는 것이다.
불안한 시장에서는 신속·정확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 '가격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과 '시장에서 마음놓고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는가'는 별개 문제다.
이는 종가만 봐서는 알기 어렵다. 장중 급변한 가격이 되돌아오면 변화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그 사이 자금을 조달하거나 포지션을 조정해야 했던 딜러에게는 결코 조용한 하루가 아니다.
C은행 딜러는 "짧은 쪽이 속절없이 밀리면 긴 쪽도 버틸 힘이 없다"며 "호가도 얇아지고, 비드와 오퍼도 많이 벌어져 시장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초단기물은 은행들이 당장 필요한 원화나 외화를 조달하는 구간이다. 캐시물 가격을 예상하기 어려워지면 더 긴 만기의 거래에도 자신 있게 호가를 제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공개시장운영을 양방향 유동성 조절 체계로 개편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정례화했다. 원활한 자금 순환과 단기시장금리 변동성 완화가 기대 효과였다.
시장 전체에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관까지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올여름에도 기관별 원화 수급 불균형이 스와프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동성 확대만을 이유로 당국의 관리 미흡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 조성이 어렵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온다면 보다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시장 참가자도 "어쩌다가 한 번 정도면 시장이 감수하겠지만, 불명확한 원인으로 며칠씩 쏠리고 갑자기 돌아오고 이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해 거래시간을 연장하고 해외 참가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참가자마저 호가를 내기 부담스럽다면 새로운 참가자가 적극 거래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이는 당국이 특정 레벨을 지켜야 한다는 게 아니다. 장중 비정상적으로 튀는 부분은 없는지, 기관 간 자금 순환에 제약은 없는지 두루 살피는 것도 외환시장 선진화의 일부라는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2020년 발간한 연구논문(FX spot and swap market liquidity spillovers)에서도 FX스와프시장의 유동성 악화가 현물환시장의 매수·매도 호가 차이를 벌리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를 국제화하는 데 있어 FX스와프시장이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부 시장팀 김지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jykim2@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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