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시뮬레이션해 보면 듀레이션이 5년 남짓이라 여력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대책이 어떨지 몰라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준비를 못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8차례 거친 장기 고정금리 태스크포스(TF)는 정식 회의가 끝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실무협의 중'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TF 회의가 종료된 이후에도 정책 우선순위를 연유로 발표가 밀리는 경우는 많지만, 본격적인 고금리 시기를 눈앞에 뒀다는 점에서 업계 내에선 우려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리스크 부서 등에서는 기존 주담대의 듀레이션 현황과 당국의 인센티브 적용에 대한 시나리오를 세워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했을 때의 영향을 따져보고 있다.
다만,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가 가계대출 총량에서 제외될지, 금리 인센티브는 어떻게 될지 등 상세안을 당국에 공유받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태다. 상품 출시 준비를 하려고 해도 애초에 당국의 방향이 나오지 않아 가닥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달 말로 계획됐던 은행권 대상 의견수렴 자리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를 위한 TF를 계속 운영하고 있는지를 놓고 질문이 오갔다.
금융위는 앞서 관련 TF가 현재 가동되지 않고 내용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중단된 것이 아니라 실무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금리가 재산정될 예정인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165조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국정감사에서 이 위원장은 장기 고정금리를 확대하려면 은행이 부담하는 금리 위험을 장기채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하고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10년, 30년 동안 대출금리를 고정하려면 그 기간의 금리 위험을 관리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기채 발행과 주택저당증권(MBS), 커버드본드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바라본 셈이다.
국내 은행은 대출 재원의 70% 이상을 예수금으로 조달한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공급할 때 꼭 같은 만기의 은행채를 신규 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금융연구원은 은행의 핵심예금을 활용할 경우 기존 주담대 가운데 최소 31조6천억원을 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대체할 여력이 있다고 추산했다.
거기다 은행권 자체 내부 시뮬레이션에서는 최근 주담대 평균 듀레이션이 5년 내외인 것으로 파악됐다. 만기가 길어져도 시장금리가 변동되는 시점에 따라 차주들이 갈아타기 시기에 맞춰 상환이나 대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당국과 실무자 협의 단계에서는 은행 예수금의 특성과 내부 기준금리인 자금이전가격(FTP) 제도, 금리스와프(IRS) 기준 등을 고려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설계하는 방안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에 은행채 금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훨씬 편리하다는 것이다. 이 방식이 탈피되면 금리 스프레드가 좁혀져 이자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의 정책적 결단이 있어야만 가닥이 잡힐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금리 위험을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지 결론이 나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가 나온다면 고금리 때마다 돌아오는 취약 차주와 연체율, 건전성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주재의 TF 출범 후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방향성이 빠르게 잡히지 않다 보니 준비할 동력이 빠진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의 경우 2022년 출범 후 2년도 더 지난 2024년 8월이 돼서야 관련 제도개선안이 발표됐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TF도 유사하다. 올해 초 출범 후 지난 3월에 신속히 개선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지만, 11월 이후로 발표 시점이 옮겨졌다. 초기 추진 단계에서만 거창하게 TF를 출범시키고 결론은 없는 정책에 금융사들도 지쳐가고 있다.
금융당국과 행정부 간 정무적 줄다리기 끝에 국민 효용이 큰 정책의 발표 시점이 밀려나는 모양새도 끊겨야 할 것이다. (금융부 한상민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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