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린 거쳐 3CE 글로벌 브랜드 총괄 맡아
동남아 5개국서 현지 시장 성장률 12.5배…"아시아 입지 넓히는 데 집중"
[출처: 3CE]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한국 인디 브랜드들이 성공하는 레시피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각국 로레알 지사의 전문성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3CE에서 거의 처음 했던 것 같다."
박윤주 로레알코리아 3CE 글로벌브랜드 HQ 본부 제너럴 매니저(GM)는 28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3CE의 성장 비결을 이같이 밝혔다.
3CE는 2018년 로레알 그룹에 합류한 이후 브랜드 전체 사업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서울발 브랜드 정체성과 로레알의 해외 유통망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박 매니저는 "현재는 아시아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레알 계열 메이블린에서 북아시아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맡았다. 지금은 서울 본부에서 제품 전략과 개발, 콘텐츠, 소셜미디어 전략을 총괄한다.
로레알코리아는 직급 대신 이름에 '님'을 붙여 서로를 부른다. 대표도 이름으로 부르는 만큼 박 매니저 역시 사내에서는 '윤주님'으로 통한다.
3CE는 로레알 합류 이듬해 중국에 진출해 매스 메이크업 브랜드 3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 진출했다. 매스는 백화점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대중 시장을 뜻한다.
동남아에서는 현지 시장 성장률의 12.5배에 달하는 성장을 기록했다. 진출 9개월 만에 동남아 K메이크업 브랜드 1위에 올랐고, 베트남에서는 매스 메이크업 시장 전체 1위 브랜드가 됐다.
박 매니저는 "베트남 소비자 좌담회에서 '넘버원 뷰티 이상형은 한국인'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한국 메이크업이 깨끗하고 과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됐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동남아는 한국만큼 화장품 루틴이 길거나 가짓수가 많지 않지만, 새로운 걸 써보려는 호기심과 개방성이 크다"며 "경쟁도 치열하지만, 기회도 많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로레알은 동남아를 호주·뉴질랜드,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와 함께 '삼미나(SAPMENA)' 권역으로 묶는다. 남아시아·태평양(South Asia Pacific), 중동(Middle East), 북아프리카(North Africa)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으로, 로레알이 성장 거점으로 꼽는 지역이다.
박 매니저는 "덥고 습한 나라들이라 소비자 니즈와 쓰는 루틴이 다르다"며 "파우더를 좀 더 적극적으로 미는 식으로 제품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서울의 라이프스타일도 해외에서 통했다. 성수동 무드를 담은 '소금빵 컬렉션'은 해외 출시 3일 만에 완판됐다.
로레알은 3CE의 성장 방식을 스킨케어에도 접목하기 위해 닥터지를 인수해 빠르게 해외에 내놓고 있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는 3CE를 세계적인 K메이크업 브랜드로 소개하며 동남아 메이크업 사업 성장에 대한 기여를 부각했다.
국내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3CE는 한국에서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핏팅 메쉬 커버 쿠션'이 올리브영 전체 카테고리 1위, '레이지 팝 립 스테인'이 메이크업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박 매니저는 3CE만의 차별점으로 패션 DNA를 꼽았다. 3CE는 패션 브랜드 스타일난다에서 출발했다.
그는 "메이크업 브랜드는 많지만 패션에서 시작한 브랜드는 거의 유일무이하다"며 "같은 베이지색 옷도 스웨이드냐 실크냐에 따라 달라지듯 컬러에 어떤 제형과 마무리감이 겹쳤을 때 어떤 룩이 보이는지에 집중한다"고 했다.
제품 화보도 입술이나 눈만 확대해 찍지 않는다. 헤어와 의상까지 갖춘 패션 화보 방식으로 전체 룩을 보여준다.
패키징 소재도 직접 찾아 제품 디자인에 적용한다.
박 매니저는 "팀과 동대문 원단 시장에 자주 가 새 원단을 받아 협력 패키징 업체에 보낸다"며 "업체들이 왜 늘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려고 하냐며 골머리를 앓는다"고 털어놨다.
개발팀의 감각도 경쟁력이다.
그는 "팀원들 가방을 보면 다 연구소 샘플을 하나씩 들고 다니고, 나 역시 출시 뒤에도 라벨 없는 연구소 샘플을 계속 쓴다"며 "컬러는 100명, 200명한테 테스트를 돌려보고 출시할 수 없어 팀의 감각과 직관을 믿는다"고 소개했다.
트렌드는 K팝에서 먼저 읽는다.
박 매니저는 "팀 회의 때 항상 이번 그룹 콘셉트를 봤느냐, 요즘 섀도에 글리터가 많아지더라는 얘기를 한다"며 "트렌드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보다 X에서 확실히 조금 더 빨리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나 태국 뷰티 브랜드가 못 보여주는 한국인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선망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를 주축으로 브랜드를 계속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출처: 3CE]
다음은 박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 3CE 글로벌 브랜드를 이끌기까지 어떤 경험이 바탕이 됐나.
▲ 메이블린에서 북아시아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맡으며 메이크업 경험을 쌓았고, 여러 시장의 소비자를 이해하는 시야를 넓혔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일해 보니 시장마다 아름다움을 정의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이 차이 덕분에 트렌드가 어떤 맥락에서 생기는지, 소비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소비자를 중심에 두는 태도와 기업가 정신은 로레알의 중요한 가치이고, 지금도 3CE를 이끄는 기준이다.
-- 지난 7월 로레알코리아가 SNS에 공개한 K뷰티 다큐멘터리 '뷰티와 사는 사람들'에서 브랜드 코어를 다시 세우려 처음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무엇을 되살렸나.
▲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서울에서 탄생해 독창적인 패션 DNA를 지닌 브랜드라는 강점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요즘 소비자는 기능이나 컬러만 보고 화장품을 고르지 않는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애티튜드와 스타일, 전체적인 분위기와 룩을 함께 고른다. 패션에서 출발한 3CE에게 메이크업은 얼굴 위 컬러에 그치지 않고 패션 아이템과 어우러져 하나의 토털 룩으로 완성된다. 이를 잘 보여주려고 비주얼과 제품 개발 전반을 다시 살폈다. 컬러 영감도 소금빵, 우베 밀크티의 라벤더빛, 서울의 노을처럼 서울에서 트렌드로 떠오르는 순간에서 찾았다.
-- 로레알 합류 이후 3CE는 어떻게 성장했나.
▲ 2018년 로레알 그룹에 합류한 뒤 브랜드 전체 사업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서울 브랜드 본부가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제품과 비주얼을 만들면, 로레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지 운영 역량이 이를 세계 시장으로 퍼뜨린다. 이렇게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북아시아와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대표 제품 '벨벳 립 틴트'는 1분에 1개씩 팔린 기록을 세웠다. 이런 히어로 제품들이 글로벌 확장을 뒷받침했고, 지금 3CE는 글로벌 1위 K뷰티 색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 완성하고 싶은 분위기를 먼저 정한 뒤 색과 제형을 고른다고 들었다. 이렇게 개발하는 이유는.
▲ 패션 기반 DNA가 제품을 만드는 방식에도 반영돼 있다. 많은 뷰티 브랜드가 원료나 기능, 발색 연구에서 출발한다면 3CE는 소비자가 오늘 어떤 애티튜드와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어 할지에서 출발한다. 서울의 거리와 트렌드에서 소비자가 열망하는 스타일을 먼저 포착하고, 그 룩을 가장 잘 구현할 텍스처와 셰이드를 찾아 조합한다. 그래서 3CE 립스틱과 블러셔는 개별 화장품을 넘어 전체 스타일을 완성하는 스타일링 아이템이 된다. 이런 관점은 로레알 팀에도 영감을 줘 신제품 구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위상이 달라졌다고 실감하나.
▲ 현장에서 실감한다. K뷰티는 특정 지역의 유행을 넘어 글로벌 뷰티와 대중문화에 영향을 주는 문화적 흐름이 됐다. 예전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일부 분야에 몰려 있었다면, 이제는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커지면서 서울의 스타일과 감각이 세계 소비자의 선망 대상이 됐다. 성수동에서 영감을 받은 소금빵 컬렉션이 해외 출시 3일 만에 완판된 게 그 사례다. 글로벌 Z세대는 한국 뷰티를 자신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 지난해 진출한 동남아 5개국에서 현지 시장 성장률의 12.5배 성장을 기록했다. 다음 진출 지역은.
▲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 진출한 뒤 현지 시장 성장률의 12.5배에 달하는 성장을 거뒀다. 서울의 트렌디한 미학이 어디서나 뷰티를 즐기려는 소비자의 관심과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아시아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고, 앞으로의 확장 기회도 꾸준히 살피고 있다.
-- 인디 색조 브랜드가 쏟아지는 국내에서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한 비결은.
▲ 브랜드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차별화된 제안 덕분이라고 본다. 선택지가 많은 시장일수록 소비자는 자신을 특별하게 표현해줄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찾는다. 그래서 브랜드 자산과 지향점, 소비자가 경험하는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핏팅 메쉬 커버 쿠션'이 올리브영 전체 카테고리 1위, '레이지 팝 립 스테인'이 메이크업 카테고리 1위에 오른 것도 트렌드를 앞서 읽고 Z세대와 깊이 소통해온 결과다.
-- 국내외에서 더마 화장품이 뜨고 있다. 색조 브랜드로서 어떻게 대응하나.
▲ 스킨케어의 더마화는 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메이크업은 즐거움과 창의성을 주는 분야인 만큼 그 가치를 지키면서 스킨케어발 트렌드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카테고리 경계가 흐려지는 건 더 창의적인 시도를 할 기회다. 소셜미디어 중심의 뷰티 탐색에도 주목한다. 패션 에디토리얼에서 영감을 받은 비주얼을 틱톡, 인스타그램용 세로형 숏폼 영상으로 만들어 몇 초 만에도 3CE의 개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 로레알이 닥터지를 맞으면서 색조와 스킨케어 양쪽에 한국 브랜드를 갖게 됐다. 두 브랜드 간 시너지는.
▲ 두 브랜드는 서로 보완하며 성장할 것이다. 패션에 뿌리를 둔 3CE는 서울의 감각으로 토털 룩을 제안하고, 닥터지는 피부 과학을 바탕으로 스킨케어 전문성을 키운다. 각자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발전시키면서 로레알의 40여 개 글로벌 브랜드처럼 그룹의 연구혁신팀, 오퍼레이션, 물류센터 등을 활용해 한국 뷰티의 창의성을 세계 소비자에게 전할 것이다.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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