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에 고객사 적층 단수 낮춰…내년 하반기 8단 주류 전망
베이스 다이·후공정 비용 부담에도 가격 프리미엄…수율 관건
[출처: 트렌드포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적층 단수를 12단에서 8단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고객사들이 적층 단수를 낮춰 더 많은 AI 가속기를 생산하려는 것이다.
다만 메모리 업체로서는 적층 단수가 낮아지면 베이스 다이와 후공정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8단 HBM이 주류 사양으로 부상하고 12단 제품의 비중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 울트라와 구글의 차세대 텐서처리장치(TPU)가 8단 HBM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사들이 적층 단수를 낮추려는 것은 HBM 공급 부족 때문이다.
SK하이닉스[000660]는 전날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일부 고객의 HBM 사양 하향 조정 움직임은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고객들이 제한된 물량으로 더 많은 AI 가속기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적층 단수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객들이 요청한 HBM 물량이 공급 가능한 물량의 2배를 웃돌 정도로 수요가 강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12단 제품을 8단으로 바꾸면 HBM 완제품인 큐브 하나에 들어가는 D램 다이 수는 3분의 1 줄어든다.
D램 다이의 용량이 같다는 가정 아래 동일한 물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HBM 큐브 수는 50% 늘어난다.
다만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HBM은 D램 다이를 여러 층 쌓고 맨 아래에 데이터 통신 등을 담당하는 베이스 다이를 배치하는 구조다.
적층 단수와 관계없이 큐브마다 베이스 다이가 하나씩 들어가는 만큼 같은 용량을 공급하려면 8단 제품에 더 많은 베이스 다이가 필요하다. 완제품 수가 늘어나면서 패키징과 검사 등 후공정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내년 8단 HBM의 기가비트(Gb)당 판매가격이 12단보다 10~20%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적층 단수가 낮아지면 베이스 다이 비용을 분산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이 줄어들어 Gb당 제조원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 증권가 "기회비용 확대가 HBM 가격 협상력 높여"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비용 증가보다 HBM의 가격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선 보고서에서 "8단 비중 확대에도 시스템 출하 증가로 공급 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8단 전환에 따른 베이스 다이·후공정 원가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기회비용 확대가 HBM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엔비디아가 HBM 12단 대신 8단을 쓰더라도 2027년에 구매할 총 HBM 용량은 비슷하고, 가격도 근거 중 하나"라며 "2027년 HBM 가격은 2026년 대비 평균 50%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메모리 사양 변화는 단기적으로 메모리업체에는 중립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HBM의 부가가치가 코어다이에서 베이스다이로 이동하고 있고, 베이스다이의 사양이 계속 확장 중인 점은 HBM의 Gb당 가격을 오히려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고객사에는 8단 전환이 AI 가속기 생산량을 늘릴 기회지만, 메모리 업체에는 높아진 가격 협상력을 바탕으로 추가 비용을 얼마나 보전받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SK하이닉스는 적층 단수 하향이 반드시 HBM 용량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HBM4 12단에서 HBM4E 8단으로 조정되더라도 다이당 용량이 늘어나면서 단수 감소에 따른 영향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사의 사양 조정에도 중장기 HBM 수요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큐브 수 증가에 따른 부담을 이미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동일 비트 물량을 낮은 단수로 공급하면 필요한 큐브 수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베이스 다이와 후공정 수요도 늘어난다"며 "이를 이미 생산·공급 계획에 반영했으며, 현재 계획 중인 HBM 추가 물량과 공급 일정은 차질 없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생산전략 조정 불가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 모두 현재 12단 HBM4를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고객사의 사양 변화에 따른 생산 전략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HBM의 높은 판매가격이 반드시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HBM의 웨이퍼당 매출과 수익성이 서버용 DDR5 64GB RDIMM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더라도 제조원가와 수율에 따라 실제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HBM4 판매 확대와 가격 상승, 수율 개선 등에 힘입어 내년 HBM 매출과 이익이 올해보다 크게 늘고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성은 제품별 거래 조건과 제품 구성, 수율, 후공정 생산성 및 원가가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층 단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에는 HBM4 비중 확대와 가격 상승에 더해 양산 수율과 원가 경쟁력도 추가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 매출과 이익이 올해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수익성도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