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의장님들께 몇 가지 당부 말씀을 '감히' 드리고자 합니다."
28일 오전 7시30분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찬진 금감원장이 8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전 배포된 자료에는 없었던 '감히'라는 단어를 인사말 도중 즉석에서 추가했다.
감독당국의 수장으로써 이사회 의장들에게 쓴소리를 해야 하지만, 자신을 낮춰 상대방을 존중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본론을 꺼내기에 앞서 의장들이 듣기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날 간담회는 이 원장이 금융권의 각종 현안과 이사회의 역할 및 책임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였다. 출장으로 다른 사외이사가 대참한 JB금융지주를 포함해 8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총출동했다.
매년 하는 정례 행사지만 올해는 유독 긴장감이 감돌았다. 인공지능(AI) 해킹부터 해외법인 금융사고, 불완전한 지배구조까지 이 원장이 금융사 이사회에 개선을 주문할 사안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원장은 최근 기회가 될 때마다 금융지주 이사회를 겨냥해 은행장 등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 입김을 줄이라고 작심 발언을 해왔다. 이날도 이사회 의장들 면전에서 "사외이사가 거수기처럼 안건에 찬성하는 관행이 여전하고 경영진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뼈있는 지적을 했다.
간담회 내용을 회사와 이사회에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말 자회사 CEO 인선 등을 주도해야 하는 이사회 의장들로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실제 간담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 원장은 간담회 초반 "의장님들이 자유롭게 말씀을 주시면 좋겠다. (지난번에 만났던) 지주 회장님들과는 또 다르실 것 같다"고 말해 경직된 분위기를 풀었다. 이날 회의를 요식행위가 아닌 실제 금융지주 이사회의 역할·책임 강화 등 변화를 이끌어내는 자리로 만들기 위해 원장이 먼저 경청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원장의 평소 소통 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당국 관계자는 "이 원장은 관료 출신이 아니어서 그런지 부드럽게 대화하는 편"이라며 "간담회 주제가 이사회 의장들이 듣기에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어도 의장들도 편하게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의장들은 조찬을 겸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선진화와 IT 보안 강화, 사회공헌 활동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이 원장의 당부를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게 아닌, 상호 간의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하는 소통의 자리가 됐다.
이들은 최근 금융권에서 끊이지 않는 정보 유출 사고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의장들이 각 금융지주가 실시하고 있는 보안 투자 등에 대해 언급하자, 이 원장은 당국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한 참석자는 "차기 CEO 인선과 관련해 학연이나 지연, 인맥 같은 특별한 이해관계와 거리를 두고 좀 더 투명하게 오픈해 진행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며 "AI 해킹에 대해선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요즘 가장 걱정이 큰 IT 관련 의견이 많이 나왔다"면서 "현장의 의견을 드리고 소통, 공감하는 자리였다.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부 유수진 기자)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곽수근 산업금융지주 의장과 명함을 교환하고 있다. 2026.10.28 jieu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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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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