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최근 강세 일변도였던 서울 채권시장에도 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선물 매수 등에 힘입어 국고채 금리가 상당 폭 하락한 상황에서 주식시장 급반등이 금리 하락분을 되돌리는 촉매로 작용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하락을 이끌 재료가 부족해진 가운데 증시 반등이 지속될 경우 최근 채권 강세의 일부가 되돌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민평기준)는 3.802%로 전거래일보다 4bp 올랐다. 10년물 금리는 8.2bp 오른 4.120%, 30년물 4.225%로 6.8bp 상승했다.
앞선 뉴욕거래에서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각각 1.9bp, 0.9bp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다소 큰 편이다.
전날 코스피는 SK하이닉스의 호실적과 대규모 주주환원 발표에 힘입어 6.63% 급등했고, 장중에는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 급락과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가 국고채 강세를 뒷받침했다면, 이번에는 주식시장이 급반등하면서 채권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 28일 4.11%까지 오르며 연중 고점을 찍은 바 있다.
이후 10월 국고채 발행물량 5조원 축소 발표가 나왔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은 국채선물을 16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금리 하락을 이끌었다. 국고채 현물도 단기물을 중심으로 지난 13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뒤 27일에는 소폭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이미 국고채 금리가 상당 폭 내려오면서 추가 강세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가 주춤해진 것이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앞둔 경계감도 전날 거래 당시 약세 요인으로 거론됐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없다면 현재로서는 추가 금리 하락 여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3년물은 어제 하락분을 되돌린 정도이고 10년물은 주가 상승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시장에서 한국은행의 최종 기준금리가 3.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된 가운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를 상당 부분 반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딜러는 "3.50%를 최종 기준금리로 두고 금리를 계속 낮춘 것 같은데, 3년물 기준으로 보통 20~30bp 정도의 스프레드를 감안한다"면서 "지금 수준이 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 역시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최근 국고채 강세가 이어지면서 매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일부 나타났지만, 막상 금리가 반등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는 "롱 포지션이 무겁지 않아 포모(FOMO·소외 공포)가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막상 금리가 밀리는 상황에서는 쉽게 롱으로 가지 못하는 기관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늘처럼 매수로 강세장을 만들었던 외국인이 매도하고 있으면 손이 더 안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반등이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지, 최근 채권 강세의 되돌림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 반등의 지속성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한 은행의 채권딜러는 "코스피 반등이 지속적인지에 따라 달려 있을 것 같다"면서 "견고한 코스피가 4분기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고 내년 1분기에는 소비가 더 좋아지는 시나리오라면 금리 반등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회복이 실제 소비와 성장 전망 개선으로 연결될 경우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 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위험회피 흐름이 반전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증권사 딜러는 "10월 들어 중간선거에 대한 프라이싱이 진행되면서 주식시장에 조정이 나타났는데, 오히려 중간선거에 돌입하면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월의 움직임이 되돌려진다면 채권시장에서도 추세 반전이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라며 그 가능성을 절반 이상으로 평가했다.
다만 채권 강세가 되돌려지더라도 국고채 금리가 과거 고점까지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딜러는 "시장의 최종 기준금리 기대가 3.50%로 많이 모이는 상황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과거처럼 3.90%까지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3.70%대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7%를 하향 돌파하는 수준까지는 국고채 금리가 추가로 큰 폭 하락하기에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과거 인상기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하 기대가 강해지면서 수익률곡선이 역전되기도 했다"면서 "이번에는 성장이 워낙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도 있어 인하 기대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 재개 여부와 국내 증시의 반등 지속성이 최근 국고채 금리 하락분의 되돌림 폭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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