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기 창업자 선제 발언에 이사회 독립성 우려…공정공시 여부도 쟁점
미래에셋 "박 GSO도 이사회 통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미래에셋그룹 창업자인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전략가(GSO)가 이사회 의결을 앞둔 해외 증권사 인수합병(M&A) 발표를 공개석상에서 예고하면서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창업자가 이사회 승인에 앞서 거래 발표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은 이사들의 독립적인 판단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 승인권을 가진 이사회가 이미 정해진 결론을 추인하는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GSO는 지난 27일 경희대 경영대학원 설립 60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내일 오후쯤 미래에셋 M&A가 발표될 텐데"라며 "이사회 통과해야 하니까 아마 내일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GSO는 "사실 M&A는 제가 결정한다"고도 말했다. 이후 이사회가 28일이 아닌 29일 열린다고 일정을 정정했다.
인수 대상은 일본 오카산증권그룹 산하 산코증권으로 파악됐다. 인수금액은 약 50억엔(42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으며, 미래에셋증권과 오카산증권그룹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거래를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일본 현지 증권업 라이선스와 자기매매 조직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다음 세대의 도약 그리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길'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6.10.27 kjhpress@yna.co.kr
◇"M&A는 내가 결정"…이사회 독립성 우려
가장 큰 쟁점은 창업자의 선제적 발언이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다.
M&A 안건을 심의하는 이사회는 인수가격과 거래조건, 재무적 부담, 위험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필요하면 거래를 보류하거나 조건 변경을 요구할 권한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룹 창업자이자 주요 주주가 이사회 개최에 앞서 거래 발표를 예고하면, 이사들이 인수 안건에 반대하거나 조건 변경을 요구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 GSO가 M&A를 자신이 결정한다고 밝힌 대목은 창업자의 실질적인 영향력과 이사회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권한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상장회사에서 창업자라는 지위가 곧 이사회 의결권이나 대표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은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 GSO는 미래에셋증권의 미등기·비상근 임원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다. 회장직은 자회사인 홍콩법인에서 맡고 있다. 책무구조도상 '글로벌 비즈니스 중장기 방향성 수립 및 사업기회 발굴' 등이 주요 책무다.
해외 M&A를 주도하는 것은 공식 책무와 맞닿아 있지만, 이사회 의결을 앞둔 거래의 발표를 미리 예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 지배구조의 기본 원칙인 만큼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창업자라면 이사회에 참여해 권한과 책임을 함께 지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이사회 밖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서 이사회를 '최고상설의사결정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이사회의 핵심 역할로 명시하고, '견제받지 않는 권한'을 지배구조의 취약점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상장사 이사회 경험이 풍부한 한 인사는 "인수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이사회 일정 등 주요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공개한 점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독립이사였다면 이사회 결의를 미루고 다른 독립이사들과 창업자 발언의 적절성을 따져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사회 의결 전 발표 예고…공정공시 적용 여부도 쟁점
박 GSO가 이사회 의결에 앞서 거래 발표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공정공시 규정 적용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른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15조는 '장래 사업계획 또는 경영계획' 등을 공정공시 대상 정보로 규정한다.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계획 단계의 정보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정공시 대상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 일본 증권사 인수 검토 사실을 해명 공시했고, 9월 23일에도 일본 리테일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증권사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재공시했다. 다만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GSO가 이번 강연에서 이사회 개최 일정과 M&A 발표 시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거래 진행 상황이 공정공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M&A라고 해서 무조건 장래 사업계획이나 경영계획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며, 회사 전체의 영업활동이나 기업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일 경우 포함될 수 있다"면서도 "강연 등을 통해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도 공정공시 의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글로벌 사업기회 발굴은 GSO의 공식 책무지만, 승인 권한은 이사회에 있는 것이 맞다"며 "박 GSO도 이사회 통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에 안건을 통과시키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사회의 평가가 전제돼 있다는 뜻"이라며 "이사회의 승인 권한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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