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의 신임 중앙은행 총재는 제가 20년 동안 알고 지낸 매우 뛰어난 사람(very talented guy)입니다. 좋은 친구이기도 하죠. 그가 그 자리를 맡고 있어 기쁩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 도중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를 두고 한 말이다.
워시 의장은 두 사람이 약 2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 처음 만났다며 당시 긴급 상황에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활용하는 문제를 논의했던 기억도 소개했다.
신 총재도 29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기 전 연합인포맥스 기자의 질문에 "워시 의장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여러 이슈를 함께 논의해 온 사이"라고 화답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되는 FOMC 기자회견에서 연준 의장이 특정 국가의 중앙은행 총재를 언급하며 개인적 인연과 역량을 평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워시 의장은 연준 이사로 위기 대응에 관여했고, 신 총재는 금융기관 대차대조표와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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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오랜 교류는 최근 국제무대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는 신 총재와 워시 의장이 각각 한국과 미국의 재무당국 인사들과 함께 한미 첫 재무·통화당국 '2+2' 면담에 참석했다.
신 총재의 국제금융계 인맥에 대한 한은 내부의 평가도 눈길을 끈다.
최근 태국 출장에 동행한 한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신 총재의 국제무대 위상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공식 회의 외에도 직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해외 주요 인사들과 별도 면담이 수시로 잡혔고, 30분에서 1시간가량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등을 거치며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한은 총재 취임 이후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두 한미 총재의 관심사는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잠재성장률 문제에서도 맞닿는다.
워시 총재는 이번 FOMC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 성장이 강하지만 과열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을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강한 성장 자체가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특히 생산성 개선 흐름이 최근 AI 열풍 이전부터 나타났다는 점도 짚었다. AI 투자 확대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생산성 변화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신 총재 역시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AI와 첨단설비 투자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반등의 중요한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IMF 전망에 기초한 추산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4%에서 올해 2.14%, 내년 2.20%로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AI 투자 붐이 한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도 워시 의장이 직접 강조한 대목이다.
그는 "새로운 기술 투자 확대에 필요한 핵심 투입재의 상당 부분이 한국과 일본 등에서 공급된다"며 "한국 경제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AI 설비투자 확대가 한국의 반도체 수출과 연결되는 만큼 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역할을 함께 고민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AI 투자와 생산성 개선이 성장과 물가의 관계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는 위치에 섰다.
이번 FOMC에서 워시 의장이 신 총재를 직접 언급한 장면은 두 사람의 친분을 넘어 국제 통화정책 논의에서 한국은행 총재의 존재감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syyoon@yna.co.kr
윤시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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