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 적립 의무화에 "시장 저변 확대"
기금형 도입으로 금융지주들 수혜 기대
IMA·발행어음 편입도 반색…양극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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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정부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골자로 한 제도 개편안을 내놓자 금융투자 업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퇴직연금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확대되는 데다 기금 운용·투자상품 판매 등 새로운 수익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단 기대에서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형 금융사와 중소형 금융사 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이날 발표된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 중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날 고용노동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당정 협의를 거쳐 개편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하는 것과 기금형 퇴직연금을 활성화한 것 등이 뼈대다.
개편안에 따르면 퇴직급여 사외 적립은 2028년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 2029년부터 10∼99인 사업장, 2030년부터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사외적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공적 기금형 퇴직연금인 '푸른씨앗'(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자동 가입하게끔 할 방침이다. 푸른씨앗은 중소기업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 운영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다.
적립금 규모가 작고 운용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개별적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사업장들이 가입했다.
또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엔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자동 가입과 제재를 통해 사외적립의 강제력을 끌어올린 셈이다.
업계는 그간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았던 기업과 공공기관까지 가입 대상이 포함되는 만큼 시장 저변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 운용사 연금 담당 임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기술보증기금처럼 자금 여력이 부족해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못한 공공기관들도 여럿 된다"며 "이들 기관의 자금까지 퇴직연금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적립금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한 증권사 연금 담당자는 "자금 사정이 빠듯한 사업주들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된 데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퇴직금 체불을 막는 동시에 퇴직연금 시장을 키우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전문성이 있는 민간 금융사가 별도 수탁법인을 만든 뒤, 여러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모아 운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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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법인 설립 주체에 따라 금융사가 '단독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금융기관 개방형을 비롯해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3개 유형으로 나뉜다.
시장은 기금형이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과 경쟁하면서 운용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될 거란 전망이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에 기회다. 지주 차원에서 별도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증권·운용 등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해 기금형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서다. 가령 KB금융지주가 직접 출자할 경우 기존 KB국민은행이나 KB증권과 별개로 'KB퇴직연금기금'(예시) 같은 독립 법인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금융지주 체제가 아닌 삼성·미래에셋 등도 기회를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운용이 각각 수탁법인 설립을 위한 출자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단독 진출이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들도 컨소시엄을 꾸려 공동 출자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수혜는 대형 금융사에 집중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별도 수탁법인을 설립하려면 초기 자본과 전문인력 확보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금력을 갖춘 대형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서다.
한 증권사 연금 담당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기존 계약형 사업에 집중하거나 기금형 진출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현행 70%에서 완화하고 투자 가능 상품을 확대하는 방안도 업계에 긍정적이다.
정부는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을 확정기여형(DC)·IRP의 투자 대상에 새로 포함하기로 했다.
가입자들로선 기존 예·적금 외에 투자 선택지가 넓어진다. 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들도 자금 유입 수혜를 볼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MA와 발행어음이 새로 추가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며 "증권사들도 장기 운용 성격의 연금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IMA와 발행어음 취급이 일부 대형사에 한정된 만큼 대형사 쏠림이 심화할 수 있단 지적도 있다.
한편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 참여 여부는 국회 논의로 넘어간 상황이다. 노사정이 여전히 이견을 보이면서다.
금융투자 업계는 국민연금의 진입 땐 민간 금융사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거라는 의견이다.
경영계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경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이 이미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까지 기금형 퇴직연금사업에 참여하는 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간 역할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며 "퇴직연금시장의 공정경쟁과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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