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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투자본능②] 주식투자 주저하는 증권사…규제보다 높은 내부 문턱

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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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자본비율부터 분기 성과평가까지…장기 투자 가로막는 구조적 부담

"장기투자 지향하지만 평가는 분기마다"…손실 감내할 리더십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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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주식투자에 소극적인 배경으로 건전성 규제뿐 아니라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내부 성과평가 체계도 거론된다.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가 그룹 차원의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안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부담이 덜한 비(非)은행계도 단기 손실에 대한 책임 탓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근 증권사들의 소극적인 자기자본 투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7일 경희대 경영대학원 설립 60주년 기념 인사이트 포럼에서 "고객한테는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기는 주식 투자를 안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투자 여력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자기자본 투자 묶는 건전성 규제…은행계는 지주 자본비율까지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는 자체 순자본비율(NCR) 외에 지주 연결 기준의 위험가중자산(RWA)과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고려해야 한다.

주식투자로 RWA가 늘면 지주의 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개별 증권사에 투자 여력이 있어도 그룹의 자본관리 목표와 배분 방침에 따라 투자 규모가 제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 대상을 고를 때도 기대 수익뿐 아니라 그에 따른 위험과 자본 부담을 함께 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식투자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더라도 자본 부담이 크면,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고 이자 수익이 꾸준한 담보대출 등에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는 NCR뿐 아니라 더 엄격한 RWA 규제도 고려해야 하고, 자기자본 투자에 쓰는 위험액에 상응하는 수익을 내야 한다"며 "담보대출은 위험이 적으면서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기 때문에 위험조정 성과가 높아,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투자를 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지주 계열 대형 증권사의 경우 NCR보다 RWA 관리 부담이 투자에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은행지주 계열은 주식투자에 따른 RWA 부담이 투자에 제약으로 작용한다"며 "대형 증권사들은 NCR이 높아 그 자체로는 투자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은행계 증권사도 건전성 관리 부담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지주의 RWA 관리를 고려할 필요는 없지만, NCR과 레버리지비율 등 자체 규제가 투자자산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투자는 장기, 평가는 단기…손실 국면 버틸 결정권자도 중요

투자 여력이 남아 있어도 경영진이 손실을 떠안기 부담스럽고 성과평가가 단기 실적에 맞춰져 있어 적극적인 운용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주식을 팔지 않아도 가격이 떨어지면 장부에 평가손실이 잡히고, 이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 성과가 나기 전에 먼저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주식운용부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방향이 맞더라도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기자본 손실을 감내하기 어렵다"며 회사별 위험한도와 변동성 감내 수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 관점의 투자는 언제나 추구하는 방향이지만 실제 회사 전체나 부서의 성과평가는 분기·반기·연간 단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라도 당장의 평가손실이 성과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운용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손실 국면에서도 투자 방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의사결정권자가 있는지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업계에서 박 회장의 사례를 단순히 다른 증권사에 대입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 정도로 투자 방향을 제시하고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자기자본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려면 이익과 손실 국면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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