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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투자본능③] IMA·발행어음 터줬지만…'안전한 모험자본'만 늘었다

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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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 모험자본 공급 11.6조…채무증권이 지분투자 두 배

여의도 FKI 한국경제인협회(FKI타워)

[촬영 안 철 수] 2026.2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부가 대형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사업을 잇달아 허용하면서 모험자본 공급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실제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보증채권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자산의 비중이 높아 혁신기업에 대한 위험자본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기업금융을 위한 자금조달 능력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은행(IB) 본연의 역할은 충분히 강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발행어음과 IMA 업무를 영위하는 7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액은 11조6천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보다 2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발행어음·IMA 조달액 대비 공급 비율은 19.5%로 올해 의무비율인 10%를 크게 웃돌았다.

정부가 대형 증권사에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열어준 효과가 수치상으로는 나타난 셈이다.

◇모험자본 11조6천억…가장 많이 담은 것은 보증채권

하지만 모험자본의 세부 구성을 보면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금융위가 공개한 투자자산별 공급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3조4천억원에 달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 2조5천억원,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및 벤처캐피털(VC) 2조3천억원, 중견기업 1조3천억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1조원 등의 순이었다.

투자 방식별로는 채무증권이 5조6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지분증권은 2조8천억원에 그쳤다. 전환사채(CB)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신종증권은 1조9천억원, 대출채권은 1조3천억원 수준이었다.

채권 중심의 기업금융이 주식 등 지분투자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P-CBO는 여러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신용보강 등을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제도다.

자체 신용도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의 중요한 수단이다.

다만 신용보강을 통해 투자자의 위험을 줄인 채권과 사업의 성패에 따라 원금 대부분을 잃을 수도 있는 벤처기업 지분투자를 동일한 위험자본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모험자본 공급 실적을 점검하면서 보증채권이나 담보대출과 벤처기업 지분투자에 동일한 실적 인정 기준을 적용하는 현행 방식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향후 투자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실적 인정 비율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중견기업과 A등급 채권에 대해서는 모험자본 공급 의무액의 30%까지만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에 대한 쏠림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 원금은 지켜야 하고 수익은 내야…증권사 선택은 '안전'

증권사들의 보수적인 운용에는 사업 구조상 제약도 작용한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IMA는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되 만기까지 보유한 고객에 대해서는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진다.

증권사는 조달 자금으로 수익을 내야 하지만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자기자본으로 이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최근 발행어음과 IMA 상품의 기준수익률과 약정금리가 연 4~5%대로 높아진 점도 운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인 반면 벤처기업 투자는 투자금 회수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장기 투자에 따른 유동성 위험과 신용 위험을 동시에 부담해야 하는 만큼 증권사로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금융 자산을 선호할 유인이 크다.

문제는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새로운 조달 수단을 허용했지만 이를 실제 위험 감수로 연결할 유인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는 발행어음과 IMA 조달액을 기준으로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산정하되, 실적은 해당 조달 자금뿐 아니라 종투사의 전체 운용자산에서 인정한다.

따라서 IMA와 발행어음 판매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 자금이 곧바로 혁신기업에 신규 투자되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공급 실적도 보유잔액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증권사가 새롭게 발굴한 기업에 얼마를 투자했고, 기존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던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까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모험자본 공급 규모의 증가와 모험자본 투자의 실질적 확대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자금조달 넘어 기업 발굴로…IB 경쟁력 시험대

현재 정부는 증권사의 기업 발굴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대표적인 것이 중소형 상장사에 대한 리서치 확대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증권사가 발간한 리서치 보고서 8만5천30건 가운데 시가총액 300위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는 17.2%에 불과했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을 다룬 보고서는 전체의 48.5%에 달했다.

기업 분석 자체가 대형주에 집중돼 있는 만큼 증권사들이 성장 초기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역량을 충분히 축적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종투사의 스몰캡 리서치 의무를 강화하고 중소·벤처기업 투자 실적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려는 것도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올해 9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까지 발행어음 사업에 진입하면서 대형 증권사들의 자금조달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모험자본 공급 의무비율도 내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다만 비율 상향만으로 증권사들의 투자 방식이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해 채권에 투자하는 것과 미래 성장성을 판단해 자본을 직접 공급하는 것은 요구되는 역량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가 대형화와 조달 경쟁을 넘어 기업 발굴, 투자 심사, 사후 관리, 투자금 회수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인 IB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결국 생산적 금융의 성과는 증권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조달했는지가 아니라, 그 돈이 기존 금융시장에서 소외됐던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얼마나 뒷받침했느냐의 문제"라며 "안전한 자산으로 모험자본 의무를 채우는 데 그친다면 IMA와 발행어음 사업 확대가 그저 새 수익원 확보에 불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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