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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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오늘 이야기를 더 나눌 줄 알았는데…"
대우건설 고위 관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협상 시한인 29일 오전에 계약 수정안을 제출할 때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곧 협상 결렬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원청사와 시공사 간 감정의 골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보였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은 수주 성공 당시 원전 수출의 쾌거라는 찬사를 받았다. 팀코리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정확한 공기, 경제성을 인정받았고 공기 지연이나 비용 증가 없이 신규 원전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사로 꼽혔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 프랑스 등 원전 강호들을 제치고 체코의 낙점을 받은 계기가 됐다.
그랬던 체코 원전 사업이 내부의 공사비 및 위험 분담(총액계약 및 단가 감액) 문제로 파행을 맞닥뜨렸다. 수주 단계부터 불거졌던 저가 수주 논란이, 이제는 발주처가 아닌 '팀코리아' 내부의 살을 도려내는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을 향해 전문성 부족, 저조한 원전 건설 실적 등을 거론하며 직격했다. 수주에 핵심적인 슬로건이었던 '정해진 예산과 기한 내 완공(On-time, Within-budget)'이라는 팀코리아 최대의 무기마저 휘청이고 있다.
결국 손해나는 공사를 누가 책임지느냐의 문제.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원가 절감과 저가 수주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압도적인 공급망 효율과 기술 표준화로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이는 우수한 원가 경쟁력이 맞다. 그러나 발주처의 예산에 맞춰 무리하게 가격 단가를 깎아내리고 그 부담을 밑단의 시공사나 협력업체에 전가한 것이라면, 그것은 경쟁력이 아니라 시한폭탄을 서로에게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체코 원전 사업에서 발주처인 체코 전력공사와의 계약 금액이 타이트하게 묶인 상태에서, 주계약자인 한수원과 실제 시공을 맡아야 하는 건설사는 서로 다른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수원은 사업 전체의 수익성과 '정해진 예산'이라는 틀을 지켜야 하고, 건설사는 자재비와 인건비가 폭등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손실 위험을 홀로 뒤집어쓸 수 없다며 맞서는 것이다. 결국 '원팀'으로 묶여 있던 그물망은 가장 약한 고리, 즉 실질적인 위험을 떠안는 현장 시공 부문부터 균열을 보이고 말았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역시 해외 수주는 리스크가 크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실제 어떤 해외 사업장은 전쟁 등에 재정이 부실해진 발주국이 공사대금을 주지 않고 있고, 다른 사업장은 발주국이 공사 하자를 문제 삼아 배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여기에 내부 분열도 주요한 리스크로 부상할 때가 있다.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주 쾌거로 꼽혔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 역시 추가 공사비 부담을 두고 팀코리아의 핵심 축인 한국전력과 한수원이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2010년대에는 중동 플랜트 시장에 대거 진출한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 갈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소송전까지 치닫기도 하는 내부 분열을 예방하려면 해외 수주 때 수주실적(KPI) 달성에 집중한 나머지 시공사나 협력사들에 과도한 단가 깎기를 요구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물가 상승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공사비를 유연하게 정산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수주 단계에서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또 금융 지원이나 외교적 성과를 명분으로 수주 가격을 대폭 양보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단가 하락을 국익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현장 기업들이 정당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외교 지원이다.
한수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갈등은 저가 경쟁이라는 과거의 성장 방정식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경고음이 아닐까. 유럽이라는 커다란 바다로 나아가는 팀코리아가 제 살을 깎는 출혈 경쟁을 멈추고, 서로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산업부 부동산팀장)
hjlee2@yna.co.kr
이효지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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