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루 차이 IR에 엇갈린 평가
높아진 주주 눈높이…환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7조4천억원. 연간 최대 110조원의 주주환원.
100조원이라는 숫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감흥 없는 숫자가 됐나 싶을 정도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기 실적과 연간 주주환원 규모다. 그러나 이 같은 놀라운 숫자에도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5% 가까이 하락 마감했다.
주식토론방에는 "감동 없는 IR"이었다는 불만이 쏟아졌고, "SK하이닉스는 하는데 삼성전자는 왜 못하느냐"는 성토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3분기 8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유례없는 80% 수준까지 치솟았고, 삼성전자와 비슷한 규모인 올해 100조원 수준의 주주환원 계획도 내놨다.
차이는 발표 내용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제시한 올해 주주환원 규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지만, SK하이닉스는 기존에 발표한 40조원에 더해 60조원 규모의 추가 환원 계획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적은 데도 삼성과 비슷한 규모를 내놓은 셈이다.
두 회사의 주주환원 규모는 비슷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SK하이닉스의 발표에는 환호가 이어진 반면, 삼성전자에는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이는 IR의 실패다. 주주들이 원했던 것은 이미 아는 내용을 반복하는 게 아니다. 남은 55조~75조원의 재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었다. 이전 공개한 내용에서 진전된 내용이 있길 바랐다.
배당과 자사주 방식으로 환원한다고 했다면, 자사주를 얼마나 매입해 소각할 것인지, 우선주 비중은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 구체적인 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종 결정을 내년 1월로 미뤘다.
실적과 현금흐름을 예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사정은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삼성전자가 환원에 인색한 기업은 결코 아니다. 그동안 국내 주주환원을 선도해 왔고, 올해 환원 규모 역시 압도적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기대를 먹고사는 곳이다. 이미 알려진 약속을 반복하는 것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2.5 dwise@yna.co.kr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증여세 문제를 거론한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확정 시점과 주식 증여에 따른 세금 평가 시기가 겹친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의도적인 주가 누르기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주가를 끌어올릴 재료를 뒤로 미룰 유인이 존재한다는 점까지 부인하기는 어렵다.
시대도 달라졌다.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정기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일상적인 자본 배분 수단으로 활용한다. 미국 마이크론은 조정 잉여현금흐름(FCF)의 100%를 기준으로 자사주 매입 재원을 확대하는 정책까지 도입했다.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진 또 다른 이유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된 날, 실적 뉴스에 묻혔지만, 주식투자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판결도 나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삼성물산 개인주주 2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15년 합병이 오로지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삼성물산 이사들의 부당한 의사결정이나 국민연금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과는 사뭇 다른 결론이다. 정부는 이틀 전 엘리엇 사건의 패소 판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두 사건은 법적 쟁점과 책임을 묻는 대상이 달라 판결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당시 합병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문제 제기 자체를 부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주들이 그 피해를 법적으로 인정받고 구제받기까지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하다.
주주환원과 밸류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지금, 이 판결이 던지는 의미도 가볍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기업과 이사회가 좀 더 주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산업부 부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참여연대,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1심 선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2 jieunlee@yna.co.kr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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