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인수기업 15년 분석…인수 5년 뒤 고용 증가율 높아
"엄격한 금융·노동 규제가 고용 안정에 기여했을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사모펀드(PEF)가 기업을 인수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한국에서는 오히려 고용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달리 엄격한 금융·노동 규제가 사모펀드의 공격적인 금융공학 기법을 제약하고 피인수기업의 가치 제고에 집중하도록 유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학술지 '금융감독연구' 제13권 제2호에 따르면, 한상훈 금감원 선임조사역과 로즈마리 뱃 미국 코넬대학교 교수는 공동 논문에서 사모펀드 인수 당해연도와 인수 5년 후 피인수기업의 고용 증가율이 일반 기업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나이스평가정보의 기업 정보 데이터베이스(KISVALUE)를 활용해 사모펀드가 지분 50% 이상을 3년 이상 보유한 피인수기업 144곳과 일반 기업 3만1천361곳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최종 분석에는 2만1천919개 기업의 고용·재무자료가 활용됐다.
이는 사모펀드 인수가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미국 내 다수의 연구 결과와 상반된다.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금융·고용 규제 아래 사모펀드가 막대한 차입을 활용한 기업 인수(LBO)를 비롯해 배당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 차입(차입배당), 자산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 등 공격적인 금융공학 기법을 활용해 왔다. 이 과정에서 피인수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대규모 해고나 파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금융규제가 사모펀드의 공격적인 금융공학 기법에 제동을 걸어 왔다는 것이 연구진의 시각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사모펀드 차입 규제와 높은 수준의 정보공개 의무, 금융회사의 대출 심사 등은 과도한 차입이나 자산 유출을 통한 단기 차익 추구를 제한하는 장치로 꼽힌다.
노동·파산 관련 법제도 차이를 만든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기업 파산 시에도 일정 범위의 임금과 퇴직금에 최우선변제권을 부여한다. 이에 미국처럼 파산 제도를 활용해 연금 부채를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는 방식도 제약을 받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사모펀드는 단기적인 자금 회수보다 기업 운영 효율화와 매출 확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성장 중심' 전략을 택할 유인이 커진다.
연구진은 이 같은 사업 모델의 차이가 피인수기업의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연구진은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의 차입 규제가 완화되고 레버리지 한도가 순재산의 400%까지 확대된 점을 우려했다.
펀드 운용의 자율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지만, 미국식의 공격적인 사업 모델이 확산할 여지도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2019년까지의 자료를 대상으로 해 2021년 규제 완화 이후의 고용 변화를 반영하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규제 완화가 피인수기업의 고용과 재무 안정성을 해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 개편이 실물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금융감독연구'는 금융감독원이 발간하는 학술지로, 게재 논문의 내용이 금융감독원의 공식 입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촬영 안 철 수] 2025.10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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