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한국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마무리되면서 서울채권시장의 관심은 지난 8개월 간의 외국인 자금 유입 성과와 이후 수급 여건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리 인상기 국고채 수급을 뒷받침했던 단계적 지수 편입 수요는 일단락됐지만, 이를 계기로 넓어진 외국인 투자 기반이 지속적인 매수로 이어질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연말 국고채 발행 축소가 편입 수요 공백을 얼마나 완충할지도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WGBI 편입에 따른 마지막 월말 리밸런싱이 이뤄진 지난달 30일 외국인은 국고채를 2조4천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한국 국채는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WGBI 지수에 매월 단계적으로 편입됐다. 실제 월말 반영은 지난 3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총 8차례 진행됐으며, 이달 지수부터 편입 대상 비중이 온전히 반영된다.
편입 기간 외국인은 국고채를 총 50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30조원을 넘기면서, 3월 픽싱 날(3월 25일) 전보다 35조원 넘게 늘었다.
외국인의 매수는 편입 초반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지난 4월 국고채를 8조3천864억원 순매수한 데 이어 5월에는 14조1천206억원, 6월에는 12조8천369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석달간 순매수 규모만 35조원을 웃돌았다.
반면 7월 순매수액은 1조5천312억원으로 급감했고, 8월에는 2천364억원에 그쳤다. 9월에도 7천480억원 순매수하는 데 머물면서 3분기 전체 순매수 규모는 2조5천156억원에 불과했다.
다만 마지막 편입분이 반영된 10월에는 순매수 규모가 6조4천579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3분기 전체 순매수액의 두배를 웃도는 규모다.
매월 외국인 국고채 순매수 추이
이같은 외국인 순매수액을 WGBI 관련 자금 유입 규모와 동일하게 해석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매매에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뿐 아니라 액티브 투자, 재정거래 수요 등이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앞서 3분기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가 크게 둔화했을 때도 시장에서는 패시브 자금 유입 감소보다는 재정거래 유인 약화 등의 영향이 컸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WGBI를 계기로 한 일본계 자금은 편입 기간 내내 매월 2조~3조원 규모로 꾸준히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투자자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을 WGBI 편입의 주요 성과로 꼽는다.
기존 외국인 수요가 재정거래 목적의 단기물 투자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면, WGBI 편입은 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편입 기간 유입된 자금이 금리 상승 압력을 일부 완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주요국 장기금리 상승이 겹친 상황에서 매월 유입되는 지수 추종 수요가 국고채 물량을 소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시각이다.
국고채 금리를 직접 끌어내리는 효과가 기대만큼 뚜렷하지는 않았더라도, 추가적인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버팀목이 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관건은 단계적 편입 이후의 매수 흐름이다.
매월 한국 국채의 편입 비율이 높아지면서 발생했던 추가 수요는 일단락된 만큼, 향후에는 편입 기간과 같은 규모의 기계적인 매수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편입 완료가 WGBI 관련 자금 유입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수 추종 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나, 한국 국채의 지수 내 비중 변화 등 리밸런싱 수요에 따른 매수는 이어질 수 있다. 편입을 계기로 확보한 투자자 기반이 지속적인 수요로 연결될지가 중요해진 셈이다.
연말 국고채 공급 여건도 함께 살펴볼 변수다.
국고채 발행 축소는 WGBI 편입 수요가 일단락된 데 따른 수급 부담을 일부 덜어줄 수 있다.
앞서 재정경제부는 10월과 11월 국고채 총 발행 물량을 당초 계획 대비 각각 5조원 축소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인의 전체 순매수 규모뿐 아니라 장기투자자의 매수가 이어지는지, 만기별 수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올해 매월 핵심 수급 호재로 작용했던 WGBI 자금 유입 효과가 일단락된 만큼, 이제는 연말 국고채 발행 축소 상황과 내년도 국고채 발행 계획 등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jhson1@yna.co.kr
손지현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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