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지은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외국계 발행사의 엔화 표시 채권(엔화채) 발행액이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일 닛케이아시아가 인용한 다이와증권 집계에 따르면 4~9월 6개월 동안 외국 기관이 일본 안팎에서 발행한 엔화 표시 채권 규모는 약 2조5천억 엔(한화 약 21조2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 10월~2019년 3월 기간의 2조1천억 엔을 웃도는 규모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총 5천765억엔을 조달했다. 단일 발행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조달 자금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외 발행사들은 엔화 표시 채권을 통해 조달한 엔화를 달러나 유로 같은 다른 통화로 환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금 조달이 이어지면서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분야에 자금이 지나치게 집중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알파벳은 일본을 비롯한 다른 시장으로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있다. 알파벳은 유로화와 스위스프랑화 표시 채권도 발행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지난 9월 처음으로 파운드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일본의 금리 상승도 해외 발행사 유입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회사채 시장은 제로 수준의 금리로 투자 매력이 제한됐고, 일본의 경제 규모에 비해 그 시장의 규모도 작았다.
알파벳의 엔화채 발행 대표 주관사를 맡았던 미즈호증권의 코이데 마사히로 자본시장사업부문 공동책임자는 "일본의 금리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세계적으로 자금 조달을 확대하는 AI 관련 기업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파벳뿐만 아니라 폭스콘과 취리히 보험 등도 엔화채를 발행했다.
폭스콘의 싱가포르 자회사는 지난 9월 9년 만에 처음으로 총 1천19억 엔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취리히 보험은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엔화채를 발행해 500억 엔을 조달했다. 같은 스위스 기업인 UBS 그룹은 6월 7년 만에 엔화채 발행에 나섰다.
다만 시장에서는 해외 발행사의 유입이 빨라지면 일본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1~9월 일본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약 12조엔으로, 약 300조엔에 달하는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다.
일본 내 자금 조달 부담을 막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국내 채권 발행을 늘리는 동시에 자금 조달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LSEG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2026년 상반기 총 1천100억 달러 규모의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일례로 소니그룹은 지난 6월 말 28년 만에 외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해 10억 달러를 조달했다. 소니는 "현재 일본 시장에 주로 집중되어 있는 자금 조달 방식 및 투자자 기반을 고려할 때, 이를 다변화하고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사진 제공]
jepark2@yna.co.kr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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