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거래소, 상폐 5년 유예·세그먼트 퇴로 마련
KRX 상폐 속도전 독 됐나…법원 제동에 절차 혼선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일본 거래소가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한일 공통 과제를 정교한 제도 설계로 풀어가면서 한국거래소에 시사점을 줄지 주목된다.
최근 국내 법원의 제동으로 거래소의 상장폐지 절차가 혼선을 빚은 만큼 정교한 종합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팬위크에서는 도쿄증권거래소(TSE)가 예고한 '그로스 시장'의 상장 기준 강화안이 가져온 시장 변화에 관심이 쏠렸다.
TSE는 지난해 9월 그로스 시장을 성장성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상장유지 기준을 강화했다.
현행 상장 10년 경과 후 시가총액 40억엔 이상이었던 기준을 5년 뒤인 2030년 3월부터 상장 5년 후 100억 엔 이상으로 상향했다.
기존 상장된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자본시장 개혁의 일환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공통된 모습이다. 앞서 한국거래소 역시 시가총액 등 기존 상폐 기준을 강화하면서 상장 기업 수 조정에 나섰다.
다만 제도 개편을 둘러싼 양국의 진행 경과는 다소 엇갈린다. 일본은 상폐 기준 강화안이 발표된 후 점진적인 시장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국은 상폐 기준 강화 절차가 법원의 가처분 효력정지 결정을 받는 등 여러 변수로 부침을 겪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달 29일 송고한 '[재팬위크 2026] 상폐기준 강화에 변화 시작된 日거래소…국내와 온도차' 기사 참조)
가장 먼저 제도 시행 속도에 차이가 눈에 띈다. TSE는 그로스 시장의 상장 기준 강화를 발표할 때 실제 시행까지 약 5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한국은 지난해 1월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상폐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했다. 다만 올해 처음 시가총액 기준을 상향했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정책의 속도를 높여 시총 기준 상향 주기를 연 1회에서 반기로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상폐 대상 기업이 발생했고, 법원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상폐 강화 절차에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태다.
현재 거래소는 시행세칙을 개정해 법원의 결정이나 판결이 있을 경우 상폐를 유예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며 한발 물러섰다.
한 시장 참가자는 "부실기업 퇴출에는 누구나 동의한다"며 "하지만 일본은 5년의 시간을 두고 2030년부터 상장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일본도 당장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기 위기에 처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일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상폐 기준 강화에 앞서 시장 구조를 정비하고 기업들의 퇴로를 마련했다는 점도 일본 제도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TSE는 앞선 2022년부터 시장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세그먼트로 나누고 각 역할을 구분한 뒤에 시장 개편을 추진했다. 이에 그로스 시장의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실상 스탠더드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상당수의 기업이 스탠더드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상폐라는 충격을 피해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 정책의 취지를 살리되 기업들이 시장에 남아있을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마련한 셈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코스닥 승강제(세그먼트)는 분류 기준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제도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
물론 일본에서도 상폐 규정 강화를 피해 스탠더드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등 부실기업이 규정을 우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와무라 히로유키 스미토모 미츠이 트러스트은행 팀장은 "최근 그로스 시장과 프라임 시장에서 스탠더드 시장으로 변경하는 기업 수가 상당히 늘고 있다"며 "상장 폐지 되는 기업의 수도 연간 약 100건 이상으로 2년 연속 이어지어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노요빈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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