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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빚 갚기보다 미래 투자"…시정연설 멈춰 세운 국채 논쟁

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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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조 미래대응기금 놓고 충돌…野 "초과세수로 국가채무 줄여야"

정부 "국채 발행 줄이고 성장 기반 확충"…여유자금 104조 운용 쟁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이 벌어진 대목은 국가채무 문제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재투자할 것인지를 둘러싼 정부와 야당의 재정 운용 철학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대통령은 미래 투자를 통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채무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대규모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국채 발행의 적정성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갈등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약 40초간 중단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국채 발행과 상환 구조를 설명하던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자 이 대통령은 "말씀하실 게 있으면 하시고 제가 마저 하도록 하겠다"고 응수했다.

야당의 항의가 계속되자 잠시 발언을 멈춘 이 대통령은 "제가 계속해도 되겠느냐"고 물은 뒤 연설을 이어갔다.

역대 최대인 820조9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재정건전성 문제에서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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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국채 상환 주장도 일면 타당…그러나 미래 투자 필요"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조정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헌법기관장 등이 참석한 사전 환담에서도 국가채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예산은 사실 놀라울 정도로 규모가 크다"면서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관리재정수지가 마이너스(-) 0.1% 정도여서 거의 신규 국채 발행 없이 국가 살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경제 규모 확대와 세수 증가로 재정지출을 늘리면서도 재정수지는 개선할 여력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 볼륨이 엄청나게 커졌다"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추가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먼저 활용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투자에 무게를 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는 늘어난 만큼의 재정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일면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미래를 내다봤을 때 지속 성장의 토대를 갖추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재정 부채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크게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가채무를 줄이는 것 자체보다는 향후 성장잠재력을 높여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인 셈이다.

◇ 162조 미래대응기금…국채 발행 축소냐 재정 여력 확보냐

이번 논쟁의 핵심은 162조3천억원 규모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활용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45조4천억원을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12조5천억원은 신규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데 활용하고, 나머지 104조4천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미래대응기금과 관련,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확대되는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혁신적 재정안정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유자금은 세수 부족 시 재정 여력 보강에 활용함으로써 재정의 역할이 가장 절실한 불황기에 지출을 줄여야 하는 최악을 대비하고, 국채 신규 발행도 줄여 시장 안정을 도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정 여력이 있는 시기에 자금을 확보해 향후 경기 하강에 대비하고, 필요한 시점에 성장동력 투자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가 세수를 기금에 대규모로 적립하기보다는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104조4천억원을 국채 발행 축소에 활용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감액해 국가채무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 일각에선 기금의 탄력적인 운용 방식이 국회의 예산 통제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결국 정부가 강조하는 미래 투자와 경기 대응 여력을 얼마나 확보할 것인지, 야당이 주장하는 국가채무 축소에 얼마나 많은 재원을 배분할 것인지가 예산 심사의 핵심 쟁점이 된 셈이다.

◇ "거의 신규 국채 발행 없다"…총발행·순증 구분해야

국채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구분해야 할 것은 국채 총발행 규모와 국가채무의 순증액이다.

국채는 만기가 도래한 기존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새로 발행하는 차환발행과 국가채무 잔액을 늘리는 순발행으로 나뉜다.

따라서 국채를 신규 발행하더라도 대부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한다면 국가채무의 실제 증가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사전 환담에서 "거의 신규 국채 발행 없이 국가 살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한 것도 국가채무 순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GDP 대비 0.1%로 줄어든다고 해서 신규 국채 발행이나 차환발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국채 발행 규모는 만기도래 물량과 재정수요, 기금 운용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올해 3.9%에서 0.1%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도 51.6%에서 48.3%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채무 비율의 하락이 반드시 국가채무 잔액의 감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명목 GDP가 국가채무보다 빠르게 증가해도 채무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경우 기금의 지속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2029년 이후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추가 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기금 사업 가운데 축소가 어려운 계속사업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기금에 적립한 여유자금이 향후 실제 재정 여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일시적인 세수 호황을 기반으로 늘린 재정사업이 중장기 부담으로 남지 않을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인 셈이다.

채권시장에서도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과 국채 발행계획은 주목할 변수다.

정부가 여유자금을 국채 발행 축소에 추가 활용한다면 국채 공급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기금에 자금을 적립할 경우에는 향후 자금 운용 방식에 따라 국채 수급과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결국 이번 논쟁은 단순히 재정지출을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다"며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현재의 국가채무 축소에 사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잠재력과 경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사전 환담에서 "경쟁을 하는 건 좋은데 경쟁이 전쟁이 되면 안 된다"며 여야 간 합리적인 논의를 당부했다.

오는 12월 2일까지 이어질 예산안 심사에서는 미래대응기금의 투자 효과와 재정 안정 기능, 국채 발행 축소 효과를 둘러싼 검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정연설 사전환담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 사전 환담장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6.11.2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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