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스프레드에 신뢰 하락·유동성 위축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야간과 이른 아침에 시장가격과 크게 동떨어진 호가가 몇 달째 반복해서 제시되고 있다.
이에 호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재정환율 차트도 왜곡되면서 주 5일 24시간 거래 체제에 걸맞은 가격의 대표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재차 나온다.
◇80원 벌어진 호가에 엔-원 환율 차트도 왜곡
3일 연합인포맥스 외환 히스토리(화면번호 1333) 틱 데이터에 따르면 전일 오전 7시2분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은행용 호가에서 1,300원 비드(매수 호가)와 1,380원 오퍼(매도 호가)가 각각 기록됐다.
한국자금중개에서는 오전 7시2분11초, 서울외국환중개에서는 7시2분18초에 두 가격이 등장했다. 같은 초에 기록된 비드와 오퍼의 간격(스프레드)은 80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날 오전 7시5분대 서울외국환중개에서 비드가 1,330원대 초반, 오퍼가 1,330원대 후반으로 제시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호가로 기록된 수치가 실제 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장 수준과 동떨어진 호가는 이를 활용하는 타 데이터에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서울외국환중개의 기업용 달러-원 환율 호가를 활용해 엔-원 재정환율을 산출한다. 전일에는 기업용 호가에도 1,300원 안팎의 비드와 1,380원대 오퍼가 반영되면서 엔-원 호가 기준 차트에 왜곡이 발생했다.
이에 엔-원 비드 호가 기준 차트에는 전일 한때 100엔당 824.87원이 저가로 표시됐다. 관련 데이터 정정 후 저가는 843.74원으로 수정됐다. 거래 체결 오류가 아닌, 재정환율 계산에 사용하는 기업용 호가에 크게 튄 값이 들어온 경우라는 설명이다. 원천 호가를 삭제한 뒤에도 관련 재정환율 데이터를 별도로 정정해야 해 수정에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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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호가창 채운다지만…개장 직후만의 문제 아냐
새벽 시간대 과도한 스프레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지난 9월에도 오전 6시대 은행용 호가에서 서울외국환중개는 비드·오퍼 간격이 140원, 한국자금중개는 100원까지 벌어진 사례가 있었다.
10월 1일에는 한국자금중개 은행용 호가에서 한때 1,200원 비드가 반복돼 같은 초에 기록된 오퍼와의 차이가 167원에 달했다. (연합인포맥스가 10월 8일 오전 8시18분 송고한 '쏟아진 '1,200원 비드'에 오퍼와 한때 167원 차이…극단적 새벽호가 괜찮나' 기사 참조)
10월 27일에도 한국자금중개 은행용 호가에서 0시5분7초에 1,315원 비드와 1,400원 오퍼가 같은 초에 각각 기록돼 85원 차이를 보였다.
같은 날 오후 6시9분15초부터 11시57분31초까지 1,300원 비드는 틱 데이터에 총 146차례 기록됐다. 오후 7시56분59초께는 1,300원 비드와 1,350원 오퍼가 같은 초에 기록돼 50원 차이를 나타냈다.
10월 30일에도 오후 8시50분55초부터 11시59분37초 사이 1,300원 비드가 38차례 기록됐다. 해당 기록과 시간이 일치하는 오퍼는 1,332.70∼1,335.70원으로 스프레드가 30원을 웃돌았다.
앞서 외국환중개사들은 월요일 개장 직후와 같이 호가창이 비었을 때 외환딜러가 양방향 호가를 내기 위해 넓은 범위의 가격을 입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일 저녁과 심야에도 이례적 호가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는 개장 초기의 일시적인 현상만으로 보기 어렵다.
◇"사고 가능성 배제 못 해…경각심 가져야"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벌어진 호가가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저해하고, 거래 판단 기준이 되는 정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호가의 대표성 문제와 함께 새벽 시간대 실질적인 거래 여건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제학 교수는 "가격은 항상 미드(MID)값으로 보는데, 호가가 시장 가격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중간값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며 "새벽 시간대에 유동성이 낮은 상황이 지속되는 데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문만 열어놓고 시장가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24시간 거래가 의미가 있나"라며 반문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4년 '우리나라 외환시장 유동성의 특징' 분석에서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 차이를 "즉시 거래를 체결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설명했다.
한은은 유동성이 악화하면 소규모 거래도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변동성이 높아지면 딜러들의 참여가 줄어 유동성이 다시 저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외환 전문가도 "미드값 대비 30~40원 이상 차이가 나는, 체결 가능성이 없는 호가가 계속 찍히는 것이 이상하다"며 "API 오류인지, 행운을 노린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문제는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환거래 수요가 있는 기업이 이례적인 호가를 보고 거래를 요청했는데 체결이 되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며 "호가를 찍는 것은 자유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제학 교수는 "이 정도로 호가 차이가 심하다면, 시장이 교란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당국이 나서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제언했다.
연합인포맥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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