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미국 재무부가 단기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기 국채 공급 확대가 머니마켓의 자금 흐름을 바꾸고 레포(repo) 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면, 연준이 익일물 금리를 통제하기 위해 더 큰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유지해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SGA의 클레어 몰로니-콜렌버그 글로벌 픽스드인컴 솔루션 클라이언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차입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재무부의 자금 조달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재무부의 국채 발행은 투자자 수요가 탄탄한 단기 국채에 집중되는 추세다. 반면 만기가 긴 국채는 투자자들이 더 큰 금리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발행을 확대하려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국 재무부의 12개월 평균 단기 국채 입찰 규모는 1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국채 규모 증가율은 41%였다. 재무부는 6주물과 2개월물, 4개월물 등 단기 국채 만기도 확대했다. 2020년 급증한 뒤 낮아졌던 단기 국채의 비중은 2023년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출처: 스테이트 스트리트]
단기 국채는 재무부가 자금 조달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단기 국채를 중·장기 쿠폰채 입찰 규모를 갑작스럽게 조정하지 않고도 자금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충격 흡수 장치(shock absorbers)'로 설명한다. 최근 단기 국채 공급 증가분도 머니마켓펀드와 가계, 기업의 탄탄한 수요로 소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단기 국채 발행 확대는 단기자금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 국채는 투자자들의 현금을 놓고 다른 단기 금융상품과 경쟁한다. 단기 국채 수익률이 익일물 레포 금리보다 매력적이면 투자자들이 레포 시장에 공급하던 현금을 단기 국채로 옮길 수 있다. 익일물 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이 줄어들면서 레포 금리에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중·장기 국채 발행 확대 역시 레포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쿠폰채 발행이 늘어나면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보유하는 국채 재고가 증가한다. 이를 조달하기 위한 레포 자금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준의 유동성이 줄어들수록 레포 금리는 국채 공급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2025년 말 더욱 뚜렷해졌다. 지급준비금이 감소하고 상당한 규모의 국채 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익일물 레포 금리가 상승해 실효 연방기금금리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SOFR(담보부 익일물 금융조달금리)이 실효 연방기금금리를 상회하는 빈도가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SOFR은 일반적으로 연방기금금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금리의 괴리가 지속되면 자금 조달시장의 압력이 연준의 통화정책 집행 체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연준은 이에 대응했다. 2025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급준비금이 충분한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판단하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지급준비금 관리 매입(RMP)을 시작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매입은 주로 재무부 단기 국채를 대상으로 한다. 연준의 증권 보유액과 은행 시스템의 지급준비금을 함께 늘리는 효과가 있다.
보고서는 RMP의 목적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조달이 아니라 통화정책 집행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단기 국채 공급은 레포 시장 여건과 연준 대차대조표 규모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뉴욕 연은도 RMP 결정이 현재와 예상되는 머니마켓 여건에 부분적으로 좌우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국채 발행 증가가 단기자금시장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지급준비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준은 익일물 금리를 통제하기 위해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더 큰 대차대조표를 유지해야 할 수 있다. 재무부의 자금 조달 결정이 연준의 통화정책 집행에 필요한 유동성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몰로니 콜렌버그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국채 공급 규모뿐 아니라 만기 구성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단기 국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도 장기적인 자금 조달 과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입 물량을 장기 구간으로 확대하려면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듀레이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에 상응하는 수익률 보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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