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 소송 포기 가닥…본사서 장기분쟁 부담
정기검사 국민銀 '신중'…소송 전력있는 하나銀 주목
고객 배상 부담 없는 한투증권도 불복 여지 있어
[신민경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이 확정되자 금융사들이 행정소송 여부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은행권과 증권업계는 표면적으로는 제재 수용에 무게를 두면서도 물밑에선 소송 실익을 따져보는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홍콩 ELS 불완전판매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를 수용하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SC제일은행의 최종 과징금은 179억원, 과태료는 1천600만원이다. 앞선 심의 단계에서 거론된 290억원보다 110억원 이상 줄었다.
외국계 금융사는 국내 은행들 대비 금융당국의 관치 영향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소송 제기 부담이 덜하다.
다만 SC제일은행의 모회사인 영국 SC그룹 차원에서 법적 불확실성을 장기간 이어가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최종 결정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각 상황에 따른 여러 실익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향후 대응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건에 대해 은행 7곳과 증권사 6곳에 과징금과 과태료 총 3천712억4천200만원을 확정했다. 이는 금융위 부과 금전제재 중 역대 최대치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0월30일 보도한 '홍콩 ELS 과징금 30% 이상 더 깎인다…금융위 다음주 결론' 제하의 기사 참고)
◇18차례나 열린 안건소위…큰 감경폭에 금융사들 소송 '고심'
금감원이 최초 산정한 과징금은 은행권(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분만 4조원에 달했다. 이후 절반인 약 2조원으로 감경해 지난해 11월 은행권에 사전 통보했고, 올 2월 추가로 깎아 1조4천억원 규모의 제재안을 금융위로 보냈다.
하지만 금융위가 올 5월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 보완을 요구하며 반려했고, 금감원은 제재심 논의와 추가 검토를 거쳐 6천억원으로 감액했다.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금융위는 심의를 거쳐 합산 3천억원대 후반으로 추가 감경했다. 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번 ELS 제재안 심의를 위해 안건소위(정례회의 직전 단계의 회의체)를 누적 18차례를 열었다. 향후 불복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만큼 거액 제재에 따른 금융위의 심의 부담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절대적인 과징금 액수가 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다. 은행 중 가장 높은 과징금이 부과된 곳은 KB국민은행으로 과징금 1천723억3천400만원과 과태료 13억원이다. 하나은행도 924억7천500만원이 1천억 가까운 금액이 부과됐다.
두 은행 모두 당초 예고됐던 과징금 대비로는 큰 폭으로 감경됐지만 여전히 절대금액만 두고 보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현재 금감원의 정기검사를 받고 있다. 정기검사 도중 해킹 사고가 발생해 이환주 국민은행장이 국정감사에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검사와 해킹사고 대응 등 현안이 겹친 상황에서 불복 소송에 나서는 건 부담일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은 오히려 하나은행의 행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과징금 액수가 큰 데다, 과거 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 전력이 있어서다. 앞서 2020년 하나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에 불복해 당국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은행권이 소송에 소극적인 건 앞서 이미 자율배상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인정하고 배상해 놓고선 관련 제재에 불복하기는 부담스럽단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제 와서 불완전판매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앞선 민사소송에서 은행의 불판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만큼, 당국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명분은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선 '역대 최대 과징금' 한투증권의 행보 변수
증권업계는 한국투자증권에 주목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전날 금융위 정례회의 결과 과징금 92억4천500만원과 과태료 1천2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는 한투증권 자체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일 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에 부과된 단일 과징금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당초 금감원이 재상정한 한투증권의 과징금·과태료 합산 금액은 약 194억8천만원이었다. 감경률은 약 50%이지만, 최종 과징금의 절대 액수가 큰 만큼 법적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은행권과 달리 배상을 진행한 전력이 없어 소송 제기 부담이 덜하단 점도 주목된다. 한투증권의 경우 해당 ELS 투자자들에게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 별도 배상 책임이 없었다. 이로 인해 회사로는 불완전판매 여부와 과징금 적정성을 두고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는 있는 셈이다. 다만 회사가 실제 소송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행 행정소송법 제20조에 따르면 불복 소송은 당국으로부터 처분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90일 내로 제기해야 한다. 증권사와 은행들은 이 기한을 감안해 불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mk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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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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