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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 네번째 유예…반복되는 정책 신뢰도 훼손 논란

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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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체계 미비'로 시행 직전 매번 연기…"이번엔 조건부 유예 돼야"

가상자산과세 당정협의회, 발언하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과세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28 scoop@yna.co.kr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네 번째 유예'로 결론이 나면서 정부의 조세정책 신뢰도가 다시 한번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 여론에 떠밀려 시행이 미뤄지는 패턴이 반복되면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조세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 연기가 아닌 '조건부 유예'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추진…벌써 네번째 연기

재정경제부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5일 밝혔다.

이달 국회 세법개정안 심사 절차가 남아있지만,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가상자산 과세 연기에 찬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예로 결론이 난 것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이뤄지는데 당장 과세하게 되면 해외에 비해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예 근거로 제시했다.

또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따라 디지털자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세 시행이 세 차례 미뤄진 데 이어 한 번 더 과세 유예를 말씀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과세 시행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향후 2년의 준비 기간을 활용해 가상자산 과세가 2029년에는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과세는 6년 전 처음 결정된 사안이다.

국회는 2020년 12월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연간 이익 중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세 차례 유예를 거쳐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네 번째 유예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과세체계 미비'가 유예 결정의 주된 이유였다.

이번에는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미국이 2029년부터 참여한다는 점과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됐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과세 인프라가 부족해 시행을 연기하자는 논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세정책 신뢰 훼손 불가피…"다시 유예되는 일 없어야"

하지만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 직전 연기되는 패턴이 네 번이나 반복되면서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중요한 조세정책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지난달 '가상자산 과세 폐지에 관한 청원' 검토보고서에서 "조세소위원회 논의 등을 통해 이미 결정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여부를 번복하는 것은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마저 거듭 유예한다면 자산소득 과세의 원칙과 조세정책의 신뢰는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48개 국가가 이미 가상자산에 과세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단 시행하고 추후에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합리적이란 주장도 나왔다.

정부 역시 가상자산 과세 유예론이 확산하기 전까지는 조세 형평성을 내세워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제도적 허점이 집중 지적된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특히 청년층 여론을 의식한 여당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공식 요청하자 정부의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구나 정부가 여론 반발에 세제개편 방향을 수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인 투자자 반발이 거세지자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세제개편안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축소와 세 부담 상한 상향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조세 원칙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 연기가 아닌 조건부 유예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가상자산 과세를 2029년으로 2년 유예하되 다시 유예되는 일이 없도록 '4개항 입법·시행 로드맵'을 조건으로 붙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예안에는 2단계 가상·디지털자산법 조기 입법과 가상자산 특성을 반영한 과세 세부기준 마련, 거래소와 과세당국 간 과세 인프라 구축,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글로벌화 등 4개 과제를 함께 담아야 한다는 요청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2일 가상자산 과세 정책 토론회에서 "단순히 여론에 밀려 일방적으로 유예하면 조세 신뢰성만 무너진다"며 "정부가 1~2년 내 금융투자소득 전반을 아우르는 대체 과세 틀을 언제, 어떻게 재도입할지 명확한 청사진을 내놓고 그 안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일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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