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후 코스피·달러-원 환율 동향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최근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이 이례적인 동행 관계를 이어가 서울 외환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환 헤지 전략과 방향성 베팅이 배경으로 꼽히는 가운데 시장 메커니즘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10월 이후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서울장 종가 기준)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날은 24거래일 중 17일에 달한다.
지난달 22일부터는 무려 10거래일 연속으로 등락을 같이하기도 했다.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익숙한 광경이지만 최근 동행하는 날이 부쩍 많아진 상황이다.
지난 9월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 날은 20거래일 중 7거래일에 불과했다. 반대로 움직이는 날이 더 많았단 얘기다.
통상 코스피가 하락할 때는 위험 회피 심리나 외국인의 주식 매도 등으로 원화 약세, 즉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동반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코스피가 오를 때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원 환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큰 규모의 외국인 주식 매매가 동반될 때는 이런 패턴이 더욱 분명해진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커스터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고, 주식을 팔 때는 커스터디 달러 매수세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반복된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의 동행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이렇게 움직이는 배경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오지만 사실 이해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증권사를 통해 유입되는 외국인 달러선물 거래, 또는 외국인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를 원인으로 추정 중이다.
특히 거래 규모가 부쩍 늘어난 달러선물 매매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코스피가 급등하자 달러선물을 14억달러 이상 순매수했다가 다음 날인 29일 코스피 하락에 발맞춰 9억달러 넘게 내다 파는 등 이례적인 거래 패턴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NDF 거래 역시 비슷한 형태로 이뤄지는데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외국계은행 딜러는 "최근 시장에서 달러선물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코스피와 환율이 같이 움직이는 것이 달러선물 때문이라는 주장과 NDF 거래 때문이라는 주장 모두 나오는데 둘 다 맞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거래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환 헤지 전략이 꼽힌다.
코스피가 뛸 때 주식을 매수하면서 원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화를 매수하고, 코스피가 하락할 때는 헤지 포지션을 청산해 달러화 매도세가 유입된다는 견해다.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방향성 베팅이다. 이런 패턴을 읽은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통화선물 등을 통해 베팅에 나서면서 움직임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 헤지 전략에 더해 베팅까지 합세해 결국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NDF와 달러선물 두 채널 모두를 통해 외국인 환 헤지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주가가 변할 때마다 외국인의 한국 투자 익스포져도 변한다"며 "주가가 올라 익스포져가 늘면 그에 맞춰 NDF를 통해 달러를 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선물은 헤지보다는 투기, 즉 방향성 베팅의 성격이 조금 더 강하다고 본다"고 추정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과거와 달라진 시장 환경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쿄증시와 달러-엔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데 이를 뒤따르는 것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달러-엔 환율 상승, 즉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고, 위험 선호 분위기 강화를 뜻하기도 하므로 주가 상승을 동반하는 경향성이 존재한다.
외국인 거래 비중이 큰 만큼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거래가 한층 더 활발해져 일본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견해다.
또 다른 외국계은행 딜러는 "요즘 달러-원 환율이 주식 상승 시 오르고 빠지면 하락하는데 달러-엔 환율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캐피탈 플로우가 경상 플로우만큼 커져서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ywshin@yna.co.kr
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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