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매도세가 확산한 가운데 월가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2.25% 폭락하며 10,000선을 내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기술주의 고평가 부담과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악화한 모습이다.
월가에서는 AI 거품이 붕괴할 경우 미국 증시가 최소 30% 폭락하고, 2001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보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데이비드 반센 "저가매수 기회 아니다"
약 11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반센그룹의 데이비드 반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폭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반센은 "이번 기술주 주도의 조정은 기업 가치평가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수준까지 높아졌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나스닥이 조정을 겪었음에도 기술주 가치평가는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며 "이번 하락은 어떤 의미에서도 매수 기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술주 투자를 완전히 피하고 필수소비재와 에너지 등 방어적 업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TS롬바드 "AI 거품 붕괴 시 미국 증시 최소 30% 폭락"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전략가는 AI 거품이 붕괴할 경우 미국 증시가 최소 30%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퍼킨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AI 투자 열풍이 무너지면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약 20조달러가 증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주가 급락이 채권시장과 사모신용시장으로 확산하면서 최대 2천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기술업종에서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고, 네오클라우드 기업과 오라클 등 "AI 생태계에서 가장 취약한 기업들"이 심각한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퍼킨스는 AI 관련 자본적지출이 급감하면서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고, 데이터센터 건설 붐의 수혜를 누려온 건설업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AI 투자 수익성에 의문 커져…경제전반에 충격"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리서치 설립자는 AI 관련 투자 둔화가 미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젠버그는 "이제 문제는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이 최소한 일시적으로 중단될 경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조정은 "아마도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AI 투자와 관련된 양측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등 대형 기술기업은 과도한 투자로 현금흐름이 악화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 기업에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투자 증가세가 가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각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젠버그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AI 인프라 확충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언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KPMG "닷컴버블보다 빠르고 깊은 경기침체 가능성"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거품이 붕괴할 경우 지난 2001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웡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흔들리지만 더 큰 위기로 번지지 않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약세장 진입과 함께 AI 거품이 붕괴하는 경우다.
그는 "약세장 시나리오에서는 2001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보다 더 빠르고 깊은 경기침체가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하락 압력을 받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초기에는 투자보다 소비지출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웡크는 최근 증시 흐름에 대해서는 "끔찍한 한 달이었다"고 평가했다.
◇NDR "과거 유사 사례서 최대 낙폭 약 18%"
시장조사업체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가치평가 지표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드문 신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NDR에 따르면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10월 기준 약 18.8배로 지난해 기록했던 23.2배에서 크게 하락했다.
NDR의 에드 클리솔드 미국 담당 수석 전략가는 1983년 이후 이 정도 규모의 선행 PER 하락이 발생한 사례는 단 여섯 차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여섯 차례 가운데 다섯 차례는 이후 1년간 S&P500지수가 상승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최대 하락률의 평균과 중앙값은 약 18%에 달했다.
클리솔드는 선행 PER이 급락한 이후 주가가 결국 상승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상당한 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DR은 "역사적 사례를 보면 AI 산업의 둔화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경우 최근의 PER 하락에도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추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美 경제 AI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수석 경제고문은 AI 관련 투자 둔화가 미국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엘 에리언은 CNBC 방송에 출연해 "제가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은 AI가 실질적인 타격을 받을 경우 나머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현재 미국 경제는 AI에 매우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년간 데이터센터 건설이 미국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증가에 상당 부분 기여한 반면, 다른 산업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기술주 매도세가 세계화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시의적절한 경고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AI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엘 에리언은 "저는 기술업종과 AI가 경제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전적으로 낙관적"이라면서도 "AI 투자를 추진해온 방식에는 어느 정도 방향 수정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삭소은행 "펀드들, AI 투자 비중 축소 중…거품 터지는 순간"
삭소은행 영국법인의 닐 윌슨 투자 전략가는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펀드매니저들이 관련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윌슨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보낸 이메일에서 AI 관련 투자가 심각하게 악화하면서 펀드매니저들이 "전반적인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건스탠리의 10월 말 기준 자료를 인용해 주식 롱숏 헤지펀드에서 2016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의 총 익스포저 축소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일부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막대한 AI 장비 투자로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기록하면서 AI 투자 수익률에 대한 시장의 검증이 "분명히 훨씬 엄격해졌다"고 분석했다.
윌슨은 현재 시장 상황을 "일종의 거품이 터지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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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kim@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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