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은 수출 강국으로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생산과 혁신의 기반이 되는 기술과 표준, 공급망, 투자 결정 등을 주도하는 생태계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CSIS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한국은 수출 국가인가, 생태계 강국인가' 제목의 한국에 대한 국가 경제 안보·기술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수출 성공만으로 경제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CSIS는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풍부한 노동력과 지속적인 제조업 투자, 세계 시장 접근성 확대 및 안정적인 무역 등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은 산업 정책과 내수 창출을 통해 기술 자립을 추구하고, 주요 시장이자 공급처로서 한국 산업과 경쟁이 심화하는 중국과 동맹국이자 기술 파트너인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CSIS는 이러한 접근 방식은 어느 것도 지속 가능한 전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립 추구는 인구 구조 변화와 에너지 및 자원 의존도, 기술가치 사슬의 세계화라는 역풍에 의해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것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 안보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전술적이고 단기적인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동기에 따라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면 추종자로 전락시켜 잠재적인 세계적 영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CSIS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속담이 미중 경쟁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잘 나타내고는 있지만, 동시에 한국이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이 수출 강국으로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생산과 혁신의 기반이 되는 기술, 표준, 공급망, 투자 결정 등을 주도하는 생태계 강국으로 거듭나야 하며, 이러한 변화가 없다면 한국은 무역과 투자에 대한 규칙을 정하는 데 있어 점점 주변부적인 위치로 전락하고, 외부 영향력에 더욱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한국이 차세대 경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성장 전망이 좁아지고 경제 안보가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이 아닌 미국 등 동맹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CSIS는 "한국은 첨단 메모리 칩과 고부가가치 조선 분야를 비롯해 대체하기 어려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통신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풍부한 제도적 자본과 경험이 풍부한 정책은행 및 수출신용기관, 표준화 및 개발 협력 분야에서 확고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건은 한국이 이러한 강점을 활용해 자국의 경제 안보를 좌우하는 환경과 대외 관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CSIS는 "한국은 성장과 회복력, 동맹 등의 세 가지 영역 모두에서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당면 과제는 국내 경제 개혁, 신뢰할 수 있는 경제 방어,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 파트너와의 무역 및 투자 관계 활성화를 연계해 경제 생태계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포괄적인 경제 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SIS는 성장 전략과 관련해선, 생산적인 기업 육성과 기업 성장에 필요한 인재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정부와 기업이 여성의 경력 유지를 지원하고 숙련된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며 정규직 전환 경로를 개선하고 산업 지역으로의 숙련 인력 이민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업 지배구조 강화와 소수 주주 보호는 생산성 향상과 자본 접근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맹(CPTPP)에 가입하고, 유럽연합(EU) 및 주요 신흥 시장과의 무역·투자 관계를 심화하면 수출의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CSIS는 "한국이 국내외 디지털 서비스 기업에 대한 규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는데, 억만장자 레이 달리오가 설립한 자선재단과 헤지펀드 거물 켄 그리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후원자는 물론 쿠팡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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